수도권 고속도 음주단속 동행해보니 술 냄새 진동하는데… “멀쩡” 항변, 음주측정기 수치 내밀자 고개떨궈 외국인까지 적발… 前週보다 늘어 1시간 지나자 앱에 단속정보 올라와
6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 나들목에서 한 운전자(오른쪽)가 경찰이 내민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경찰은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 중이다. 이날도 약 2시간 동안 음주운전자 23명이 적발됐다. 구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0.006%만 더 나왔으면 취소네요”라는 경찰의 말에 김 씨가 “사실 소맥 4잔을 마셨다”고 털어놨다. 측정 전 김 씨는 “맥주 3잔만 마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음주운전이 처음도 아니었다. 김 씨는 “20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자칫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벤츠 차량의 ‘음주 역주행’이 대표적이다. 본보 취재진은 6일 오후 11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실시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음주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곳곳에서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취한 운전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포천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H 씨(39)도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6%.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절대 사장님께 얘기하지 말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단속에서는 23명(면허취소 9명)이 적발됐다. 일주일 전 단속에선 14명이었다.
0시 20분. 단속하던 경찰에게 “여기는 접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불시단속 정보가 새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경찰이 불시단속을 하면 잠시 후 운전자 사이에 정보가 공유된다. 그래서 경찰도 이른바 ‘메뚜기 단속’으로 대응한다. 메뚜기처럼 수시로 장소를 옮기며 단속하는 것이다.
경찰은 27일 전국적으로 고속도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한다.
구리=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