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日간호사 “나 없을때 죽어버려” 환자에 ‘독극물 링거’ 연쇄살인

입력 | 2018-07-09 03:00:00


용의자 구보키

‘죽음의 간호사.’ 환자를 돌봐야 할 간호사가 환자 연쇄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별다른 증상이 없던 환자가 갑작스럽게 숨지는 미스터리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인 2016년경. 그해 9월 14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시 오구치(大口) 병원에 입원한 야마키 씨(88)는 입원 6일 만인 20일 숨진 채 발견됐다. 환자에게 연결됐던 링거병을 살피던 한 간호사는 링거액에 평소보다 거품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병원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주로 노인들을 위한 요양병원이라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7월부터 불과 석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4층 입원병동에서만 무려 48명이 사망하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하루 5명이 숨을 거둔 날도 있었다. 간호사복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발견되거나 음료수에 이물질이 섞인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야마키 씨에 대한 부검 결과 링거병과 환자의 체내에서 소독용 계면활성제 성분이 발견됐다. 야마키 씨가 숨지기 이틀 전 같은 병실에서 사망한 니시카와 씨(88)에 대해서도 부검을 실시하자 시신에서 같은 계면활성제 성분이 나왔다. 동일 수법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명에게 사용된 링거액은 2016년 9월 17일 오전 10시경 1층 제약부에서 4층 간호스테이션에 운반됐다. 경찰은 누군가가 링거에 주사기로 소독액을 넣어 자행한 연쇄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병원 안에는 방범카메라도 없었다.

야마키 씨 사망으로부터 1년 10개월이 지난 이달 7일, 가나가와현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수간호사였던 구보키 아유미(久保木愛弓·31)를 전격 체포했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보키는 2016년 9월 18일 링거를 통해 계면활성제 성분의 소독액을 투여해 80대 입원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정적인 증거는 간호사복에서 나왔다. 당시 4층을 담당한 모든 간호사의 간호사복을 조사한 결과 구보키의 옷에서만 주머니 부근에서 계면활성제 성분이 나왔다. 또 소독액을 투여한 날로 특정된 9월 18일은 용의자 구보키가 야간당번이었다.

경찰이 6월 말부터 구보키에게 임의 청취를 한 결과 둘째 날부터 관여를 인정했다. 또 체포 직전 임의 조사에서는 “내가 한 일을 죽어서 갚고 싶다. 사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구보키를 일단 2건의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구보키 본인이 “약 20명의 환자에게 링거를 통해 소독액을 투입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다른 환자들도 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구보키가 손이 많이 가는 환자를 노려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링거를 통해 소독액이 투여된 80대 환자들은 모두 심박수가 저하돼 사망했다. 9월 18일 사망한 환자의 경우 링거 튜브에 주사기로 직접 약제를 투입하는 ‘원 샷’ 방식을 사용한 데 비해 9월 20일 사망한 환자의 경우는 링거액 자체에 소독액을 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경찰이 비슷한 시기에 숨진 다른 남녀 입원 환자 2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역시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구보키는 범행 동기에 대해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을 보기 싫었고, 내가 없는 사이 사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망자 유족에게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보키는 피해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이뤄진 용의자 체포에 대해 한 피해자의 부인은 “왜 남편이 대상이 됐는지, 누구라도 좋았다는 건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구치 병원은 사건 이후 2016년 말 입원병동을 폐쇄하고 외래진료만을 계속하다가 2017년 12월 병원 이름을 바꾸고 올 2월부터 입원환자도 받기 시작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