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EU,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발동 수순… 포스코 등 비상

입력 | 2018-07-06 03:00:00

표결 거쳐 이르면 내주부터 시행
美 관세조치에 유럽도 ‘보호막’, 글로벌 철강무역전쟁 확산
작년 한국 對유럽 수출액 4조원… 판재류 생산 대기업 타격 불가피




유럽연합(EU)이 외국산 철강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잠정발동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발(發) 글로벌 철강무역 전쟁이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철강산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일 로이터 등 외신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EU 회원국들은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논의하고 이르면 5일(현지 시간) EU집행위원회의 표결에 돌입할 전망이다. 당초 EU는 12월쯤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최근 미국이 철강무역에서 강력한 자국 보호주의 움직임을 보이자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EU가 검토 중인 ‘잠정발동’이란 최종결정을 내리기 전 200일 동안 취하는 임시적인 조치로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쿼터(할당량)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철강업체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EU가 세이프가드를 잠정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인 제공은 미국이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철강산업을 살리겠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하고 관세부과, 쿼터할당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자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인도 등 철강 수출국들은 대체시장으로 유럽에 눈을 돌렸다. 유럽 처지에서는 싼 값의 수입 철강이 쏟아져 들어오면 자국 철강산업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럽 철강산업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철강산업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를 겪으며 무너지기 시작했고, 2014년 중국의 저가 공세로 결정타를 맞았다.

중국은 2015년 러시아를 제치고 ‘유럽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등극했다. 연구원은 “유럽 경제가 서비스 산업 확대, 성장률 둔화 등 영향으로 철강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유럽 전체가 5000만 t 정도 생산능력을 줄여야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지만 노조와 각국 정부의 반대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해외에서 유입되는 철강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이 유럽에 수출한 철강은 총 36억1000만 달러(약 4조400억 원) 규모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대미(對美) 수출이 강관(파이프) 위주라면 유럽 수출은 판재류가 많다”고 설명했다. 판재류는 선박, 자동차 제조에 쓰이는 것들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판재류 수출이 많고, 세아제강 등 중견기업은 강관수출이 많다.

이미 중견기업들은 미국의 쿼터 제한으로 인해 올해 대미 수출에서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 이번 EU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국내 대기업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중견기업은 미국에서, 대기업은 유럽에서 얻어맞는 셈이다. 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유럽 수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수출량과 유럽 수출량이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어떤 수준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릴지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수입량을 기준으로 쿼터를 설정하고 그를 넘어서는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가 붙으면 수출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당연히 불리해진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철강 수입 장벽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면 본격적인 수출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