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소년 12명-코치 전원 무사 기적 동굴탐험 나섰다 폭우로 갇혀… 1000명 다국적 구조팀이 찾아내 소년들 “감사합니다, 배고파요”, 동굴 길고 빗물 침수… 구조 난관 泰 “식량 공급하고 잠수훈련 시켜… 큰비 다시 내리기전에 빼내겠다”
《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서 실종됐던 16세 이하 유소년 축구팀원 12명과 코치(25)가 지하 1km의 깜깜한 동굴 속에 열흘이나 갇혀 있다가 2일(현지 시간)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이들의 생존 소식은 3일 하루 내내 월드컵 이슈를 제치고 최대 화제가 됐다. 이제 전 세계는 이 용감한 소년들이 흙탕물로 가득 찬 5km가 넘는 동굴을 헤치고 밖으로 무사히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 “아주 행복해요”
구조팀이 먼저 몇 명이냐고 물어보자 소년들은 13명이라고 대답했다. 일부 소년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자 전문가는 “알고 있다. 이해한다. 식량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년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묻자 구조팀은 “월요일이다. 너희들은 열흘 동안 갇혀 있었다”고 답한 뒤 “너희들은 매우 강하다”고 격려했다.
구조팀이 “내일 네이비실이 식량을 가지고 의사와 함께 올 것”이라고 말하자 한 소년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 구조팀은 “모두 구조될 때까지 계속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태국 당국은 아이들의 건강이 대부분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계자들은 동굴 온도가 섭씨 26도이며 벽에서 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탈수와 저체온 증상 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소년들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동굴 입구에서 이들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과 구조대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 당국, 위험 감수한 구조 계획 발표
이들이 발견된 위치는 동굴 입구에서 5∼6km 안쪽이다. 평소라면 몇 시간 걸어서 도달할 거리지만 동굴 곳곳에 뿌연 흙탕물이 천장까지 차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1000여 명의 군인과 7개국에서 날아온 동굴구조 전문가들이 실종 소년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일주일 동안 매시간 10t의 물을 동굴에서 뽑아내 수위를 시간당 1cm씩 낮춘 끝에 겨우 구조대가 도달할 수 있었다.
3일 몇몇 구조대원이 다시 들어가 소년들에게 고열량의 젤리와 해열진통제를 우선적으로 전달했지만 이들을 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에게도 버거운 흙탕물 속의 잠수가 쇠약해진 소년들에겐 위험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 구간은 너무 좁아 구조대원이 곁에 붙을 수 없기 때문에 생존자들이 스스로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내륙에서 자란 대부분의 소년은 수영할 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험에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 현지 기상청은 앞으로 3일 안에 대규모 비가 내린다고 예고했다. 비가 예상보다 많이 오면 최악의 경우 소년들이 있는 공간까지 물이 차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뿐더러 동굴이 붕괴할 위험도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