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라고 하면 음악팬들은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나 ‘슬라브 행진곡’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관현악곡들 뒷부분에 러시아 국가가 장엄하게 등장하니까요. 하지만 그 러시아 국가는 러시아 혁명과 함께 폐기된 제정 러시아의 국가입니다. 오늘날의 러시아 국가는 어떤 곡일까요? 이 곡의 선율은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가 1939년 공산당 당가로 작곡했고 1943년부터 소련 국가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가사는 이후 두 차례나 바뀌었습니다. 그 기구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국가의 작사가인 세르게이 미할코프(사진)는 동화 작가이자 극작가였는데, 스탈린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 나머지 그에게 국가의 작사를 명령했습니다. 미할코프는 독재자의 구미에 맞게 그를 칭송하는 내용을 붙여 가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1953년 스탈린이 죽고 스탈린 격하운동이 벌어지자 이 가사는 시대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련 당국의 선택은 ‘가사 없이 연주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새 가사를 붙일까요? 러시아인들은 시골에서 안온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던 미할코프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미 87세였지만 기꺼이 러시아의 새 국가를 썼습니다.
미할코프는 2009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러시아가 2018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기 한 해 전이었습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