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비전 선포 8년 성과
한화그룹이 지난해 선보인 ‘나는 불꽃이다’ 태양광편 광고의 한 장면. 핵심사업인 태양광 분야에서 묵묵히 셀 생산량, 모듈효율 부문 세계 1위를 일군 열정을 불꽃으로 표현했다. 불꽃 캠페인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6년 전 한화그룹이 전국의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평판 조사에서 나온 표현들이다. 국내 기업 중 인지도는 12위에 그쳤다. 당시 재계 순위(10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화약, 석유화학 등 기업 간 거래(B2B) 위주의 사업구조여서 대외 이미지 전략에 무심했던 탓이었다.
2010년 신경영비전 ‘퀄리티 그로스 2020’을 선포하면서 시작된 한화의 이미지 새로 만들기 작업(리빌딩)을 위해 이듬해인 2011년 제일기획에서 영입한 박지영 커뮤니케이션팀 상무는 난감했다. 박 상무는 그룹의 첫 여성 경영임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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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은 한화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무조건 사랑받고 존경받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점이 있어도 ‘이 회사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라고 느낄 만큼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박 상무의 생각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바꾼 뒤 자체 조사에서 2012년 12위였던 한화그룹 브랜드 순위는 2016년부터 7위로 5계단 올라섰다.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매년 2200∼40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평판, 신뢰도, 호감도, 사업성과, 제품·서비스의 품질을 물어 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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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통도 강화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소셜 벤처 트리 플래닛과 함께한 숲 만들기 프로젝트로 국내와 중국, 몽골 등 6개 지역에 49만 그루의 ‘한화 태양의 숲’을 조성했다. 글로벌 홍보 영상은 올해 국내 기업 최초로 머큐리 어워드 금상을 수상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 글로벌 웹사이트 연간 방문자 수 312만 명을 넘겼다. 2015년 134만 명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성과로 주목받은 박 상무는 이번 주 프랑스에서 진행된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4명의 한국인 심사위원 중 광고회사가 아닌 일반기업 출신은 박 상무가 유일하다. 다른 기업 소속으로는 글로벌 맥주 회사인 암베브, 하이네켄과 버거킹의 마케팅 및 브랜드 총괄 책임자가 심사위원에 포함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