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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김용익]‘송파 세 모녀’의 부담, 진작 줄였다면

입력 | 2018-06-21 03:00:00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 셋방에 살던 세 모녀가 자살을 했다. 70만 원이 든 봉투와 함께 남긴 메모에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어 전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35세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거동이 어려웠다. 32세 작은딸은 생활비와 진료비로 쓴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머니는 한 달 전 넘어져 식당일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12년 전 방광암으로 돌아가셨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딸들이 부양의무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작은딸은 그 ‘부양의무’를 다하다가 금융제도에서 격리됐다. 건강보험 본인부담금도 이들을 내몰았다. 그럼에도 건강보험료를 내는 의무를 다했다. 공과금을 ‘너무 잘’ 내 동사무소는 이들의 처지를 몰랐다고 했다.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보다 100배는 비극적이다.

이들이 내려고 한 건강보험료는 대체 얼마였을까? 4만7060원이다. 지역가입자였기에 세 명의 성, 연령을 기준으로 한 ‘평가소득’, 셋방에 매겨진 ‘재산가점’, 수입에 매긴 ‘소득가점’을 합한 결과다.

7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실시되면 세 모녀에게 ‘매겨질’ 보험료는 1만3100원으로 내려간다. 평가소득이 폐지되고 과표 1200만 원 이하의 재산은 전액 공제되기 때문에 최저보험료만 내면 된다.

이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3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다.

첫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형평성을 기하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은 폐지되고 재산공제는 크게 늘어난다. 큰 불만 요인이었던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대폭 축소돼 생계형 차량, 4000만 원 미만의 1600cc 이하 소형차, 9년 이상 노후 차량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4000만 원 미만의 1600cc 초과∼3000cc의 중형차량은 30%가 감면된다.

둘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이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 중 월급 외 소득이 3400만 원 이상 되는 상위 1%는 보험료가 추가된다. 지역가입자 중 상위 2∼3%의 고소득·고액재산가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반면 지역가입자의 77%(589만 가구)는 평균 2만2000원이 인하된다. 부유층과 서민의 보험료가 더 공평해지는 것이다.

셋째, ‘무임승차’를 줄이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는 이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연소득이 3400만 원 이상 되거나 재산이 과표 5억4000만 원을 초과하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피부양자(7만 가구)는 추가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동안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 소득을 기준으로 중요한 한걸음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4년 후인 2022년에 예정된 제2차 개편이 이뤄지면 보다 더 공정한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