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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료 전액 기부한 ‘구글, 네이버 번역’의 젊은 개척자

입력 | 2018-06-20 16:27:00


조경현 뉴욕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딥러닝 분야에서 학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한국인 과학자가 국내 대중을 대상으로 연 강연의 강연료 전액을 여성 과학기술인을 지원하는 국내 소셜벤처에 기부해 화제다. 

주인공은 조경현 뉴욕대 컴퓨터과학과 교수(34). 그는 공동연구를 위해 방한한 이달 11~12일, 커넥트재단 초청으로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강당에서 ‘딥러닝을 이용한 자연어 처리’ 강연을 했다. 8시간 동안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 강연이었다. 해외 석학을 초청한 자리인 만큼 강연료가 1000만 원에 이르렀지만, 조 교수는 “예비 여성 과학기술인과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데 써달라”며 전액을 소셜벤처인 ‘걸스로봇’에 쾌척했다.

조 교수는 “평소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이공계 분야 여성의 활약과 진출이 아직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뉴욕대 학부에 개설한 ‘머신러닝 입문’ 과목은 정원이 70명이지만, 이 중 여학생 수는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한국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 열악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의 과학, 공학 발전을 위해 교수들이 연중 몇 주씩 현지를 찾아가 강의를 하는 등 지역 별, 인종 별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미국 동료 과학자들의 이런 자세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 등이 채용 중인 ‘신경망 기계 번역’ 기술의 이론적 토대가 된 기념비적인 논문을 2014년 공동저술하며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렬 및 번역 동시 학습에 의한 신경망 기계번역’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20일 현재까지 3674회 인용된 딥러닝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을 연구 중이다. 대학에 재직하며 근무 시간의 20%을 다른 활동에 쓸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기업과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뉴욕대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페이스북 사무실에 수시로 드나들며 ‘대화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AI가 가능한지’ 등을 연구 중이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