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나돌던 한국 AIA생명의 턴어라운드 전략
AIA생명은 국내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국 국적의 사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워 위기 극복에 나섰다. 조직 개편과 내부 문화 혁신,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 등을 연이어 시도하며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추진했다. 그 결과 보험업계에서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AIA가 걸어온 변화의 여정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0호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 경영 정보의 투명한 공유
차 대표는 또한 ‘변화추진부’라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변화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화추진부는 총 11명으로 구성됐으며 부서와 직급, 나이 등을 고려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고, 직원들이 생각하는 ‘일하는 방식의 이상적인 모습’을 12가지 ‘워크웨이(work way)’로 만들어 공표했다. ‘결재는 바로 올리고 바로 처리해요’, ‘성과를 만드는 리얼 회의를 해요’ 등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지켜지기 어려운 원칙들이 그것이다. 직원들이 직접 만든 문구들은 조직 내 일하는 문화를 서서히 바꿔 나가는 데 기여했다.
○ 조직 개편으로 전 직원 재배치
다음으로 추진된 것은 조직 개편이다. 방만한 조직의 군살을 빼는 동시에 부서별 업무를 명확히 해서 협업을 활성화하자는 게 목표였다. 먼저 과거에 영어로 돼 있던 부서명을 모두 한국어로 바꿔 해당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대표와 HR(인적자원관리) 분야 임직원, 해당 부서의 부서장과 팀장들이 모여 앉아 어떤 자리에 누가 가장 적합할지 반복적으로 논의했다. 이미 합의된 사항일지라도 몇 차례 다시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애썼다.
이를 통해 대표를 제외한 전 직원의 재배치가 단행됐다. 직원들은 새로운 부서, 새로운 팀, 새로운 직책에 배정됐다. 일부는 과장급인데 부서장급으로 발탁됐고, 임원급에서 일반 직원으로 내려간 사람도 있었다. 과거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된 직원도 많았다. 발탁 인사 대상자에게는 인사 내용을 미리 통보하지 않았지만 직급이 하향 조정된 직원들에게는 사전에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휴가를 가게 하는 등 충격 완화 조치를 취했다. 직급을 파괴하고 부서별 인력을 교차 배치하면서 직원들 사이의 소통이 늘어났고 협업이 활성화됐다. 자신이 하는 일에만 관심을 갖던 직원들이 다른 부서의 업무나 전체적인 프로세스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6년 연말에는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일반적으로 희망퇴직은 대상자를 사측에서 정해놓고 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와 달리 AIA생명은 ‘남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고민했다. 이에 따라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거나 최근 승진한 사람, 보험사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등은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 희망퇴직 등으로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차 대표는 직접 나서서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앞으로의 전략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직원들의 협조를 구했다. 일대일 미팅이나 이메일, 다양한 행사들을 활성화하면서 조직 내 대화가 활발해졌다. 이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감과 두려움, 궁금함이 해소됐고 변화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성과를 끌어올렸다.
한철환 HSG휴먼솔루션그룹 성과관리연구소장은 “근본적으로 변화는 힘들고 누구나 꺼리는 것이지만 그 과정을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며 “전방위적으로 실시한 지속적인 소통이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