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 내한공연서 컴퓨터처럼 정확한 연주
스위스 체임버 오케스트라 제네바 카메라타와 함께 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오른쪽). 물로바는 7번째, 제네바 카메라타는 첫 내한이다. 크레디아 제공
이달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59)가 무대로 걸어 나왔다. 크림색 인어라인 드레스 차림 탓인지 키가 더 커 보였다.
연주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 한 곡만 남겼어도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렸을 것’이란 찬사가 따라붙는 독일 낭만파 대표곡이다. 한없는 투명함에서 진한 페이소스를 담은 묵직함까지. 연주에 따라 스펙트럼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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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연주’는 러시아에서 받은 혹독한 훈련 덕이다. 연주자가 되면 서방 세계에 드나들 기회가 비교적 많았던 1960년대, 부모는 네 살배기 딸에게 바이올린을 쥐여줬다. 모스크바 중앙음악학교와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친구 하나 없이 연습만 했다”. 시벨리우스 경연대회(1980년)와 차이콥스키 콩쿠르(1982년)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1983년에는 영화 같은 탈출 작전으로 세계 언론을 장식했다. 당시 연인인 지휘자 박탕 조르다니아와 핀란드 공연 도중 스웨덴으로 망명한 것. 2년 뒤 빈에선 26세 연상의 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를 만났다. 5년간 동거하며 아들 미샤 물로프아바도를 낳았다. 8일 선보인 앙코르곡 ‘브라질’은 재즈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아들이 작곡했다.
2000년 이후 바로크 음악, 재즈 등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결혼한 영국인 첼리스트 매슈 발리는 든든한 음악적 동지다. “남편은 클래식과 재즈, 인도음악, 전자음악을 넘나들며 장벽을 허무는 음악을 사랑해요. 저도 다양한 레퍼토리를 탐험하며 음악가로서 풍부한 경험을 하고 있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