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男 흉기 휘둘러 1명사망 2명부상 승객들 “살려달라” 옆 객차로 도망… 주말밤 도쿄→오사카행 막차 패닉 열차 임시정차 뒤 경찰이 체포
고속으로 달리던 도쿄발 오사카행 막차는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가 됐다. 12호차는 도망치려는 사람들로 한때 패닉 상태가 됐다. 14호차 부근 흡연실에 있던 20대 회사원은 “갑자기 젊은 여성 20∼30명이 정신 나간 듯이 달려왔다. 차량 통로에는 무수한 핏자국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15호차에 타고 있던 30대 남성 회사원도 “앞쪽 차량에서 많은 사람이 살려 달라며 도망쳐 왔다”고 했다.
당시 이 신칸센에는 880여 명이 타고 있었다. 트위터에는 공포에 질린 승객들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트윗이 다수 올라왔다. “너무 무섭다. 도망칠 곳이 없다” “그땐 잘 몰랐지만 피해자가 내 옆으로 도망쳤던 것 같다” “피투성이인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 와중에 승객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객실 안내방송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의자는 경찰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서 했다. 누구라도 좋았다”며 무차별 범행 혐의를 인정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현장에서는 칼과 휴대용 손도끼 등 흉기 2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용의자의 친척은 중학교 시절 가출한 뒤 시설과 80대 친할머니의 집 등을 전전했던 용의자가 평소 “죽겠다”란 말을 반복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용의자의 아버지는 이날 취재진에게 “자식이 이런 일을 일으켜 죄송하다. 하지만 가장 최근 만난 게 2, 3년 전이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최고 시속 285km로 달리는 신칸센은 사실상 밀실(密室)이다. 이런 식의 범행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일본이 고민에 빠졌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위기관리와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처럼 흉기를 가지고 탑승하는 것을 막으려면 공항처럼 개개인의 수하물을 검사해야 하지만 철도회사들은 “승객의 편의를 현저히 저해해 비현실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