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해 직원 잇달아 귀국조치… 2년전 쿠바 주재원도 같은 증상 中 연루 드러나면 갈등 격화 가능성
중국 광저우(廣州)의 미국총영사관 직원 마크 렌지 씨와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구슬이 마루에 부딪혀 튀기고는 잡음을 내며 굴러가는 소리 같기도 한 이 소음은 렌지 씨 부부는 물론이고 세 살짜리 아들까지 괴롭혔다.
부부는 신경을 건드리는, 이 알 수 없는 소음에 대해 이웃에게 물어봤지만 그 이웃도 모른다고 했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한 달 뒤 부부는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미국총영사관의 의사가 진통제와 수면제를 처방해줬지만 효과가 없었다. 지난달 렌지 씨 부부는 이웃인 영사관 직원이 소음으로 인해 자신들과 같은 증상을 겪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희미하고 불분명하지만 이상한 소리 때문에 이 직원이 가벼운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TY)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렌지 씨 부부 등 피해 사례 2건이 확인됐고 이들은 6일 밤 미국으로 돌아갔다. 앞서 지난달 귀국한 영사관 직원까지 합치면 3건의 피해가 확인된 것이다. 미 국무부는 광저우에 의료팀을 급파해 영사관 직원 170여 명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영사관 직원을 타깃으로 한 음파 공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독성 물질을 이용한 공격, 감시 장치에서 발생한 소음, 박테리아 중독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 “증상의 정확한 성격이 무엇인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