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폭 6년만에 최저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에 따르면 4월 상품과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17억7000만 달러(약 1조8900억 원)로 2012년 3월 이후 7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2012년 4월(9000만 달러) 이후 가장 작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4월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감소한 것은 12월 결산하는 기업들이 4월에 외국인 주주에게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4월 배당 지급액만 75억7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배당소득에서 배당 지급액을 뺀 적자 규모는 65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2016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30조 원 특별 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배당 금액을 약 46% 늘려 지난해 5조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부 유출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국인 주주 비중이 53%에 달하는 삼성전자로선 배당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서 경영권 안정화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최근 보류한 현대자동차그룹에도 해외 배당 확대는 중요한 이슈다. 지배구조 개편안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중(약 27%)을 40∼50%로 상향하라고 요구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8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배당성향을 기존의 2배인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 등 4개사의 분할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주주 친화 정책이었다.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의 분할 합병안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주주를 흔들려 하자 내놓은 정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줄었다. 4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9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전보다 60.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