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앤 더 독스’ 벤 하니아 감독, 관객과 뜨거운 토크
경찰관의 성폭행을 고발한 튀니지 대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뷰티 앤 더 독스’. 아랍영화제 제공
성폭행을 은폐하려는 경찰에 맞선 한 여대생의 실화를 그린 튀니지 출신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41)의 영화 ‘뷰티 앤 더 독스’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모모(이화여대 ECC)에서 상영됐다. ‘뷰티 앤…’은 제7회 아랍영화제가 여성 영화를 조명하는 특별섹션 ‘포커스 2018: 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의 초청작. 이날 감독의 오픈토크가 예정된 영화관은 만석으로 가득 찼고,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이 밖에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9번의 롱테이크로 구성된 영화는 편집이 거의 없어 주인공 마리암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영화 속 마리암의 시도가 좌절될 때마다 객석에선 한숨과 탄식이 쏟아졌다. 고소 취하서에 서명을 끝내 거부하는 마리암에게 경찰이 “튀니지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대목에선 헛웃음도 나왔다. 벤 하니아 감독은 “관객이 마리암의 감성에 몰입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는 감정에 공감하게 만들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2일 내한한 튀니지 출신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모모에서 만났다. 벤 하니아 감독은 영화 ‘뷰티 앤 더 독스’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시점은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그러나 여성 인권 문제는 튀니지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생각했고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독재 정권에 맞섰던 튀니지 사회에 아랍의 봄 이후 여성 운동이 활발해졌다”며 “한국에서 촛불 집회 이후 미투 운동이 본격화한 것도 억압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무료였던 아랍영화제는 올해 처음 유료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올해 여성 이슈를 다룬 섹션은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호응이 컸다. ‘뷰티 앤…’은 물론이고 ‘선인장’ ‘오직 남자들만 무덤으로 간다’ 등 여러 작품이 매진됐다. 박은진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아랍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작품이 두드러진 경향을 반영해 이번 섹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서울 아트하우스모모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아랍영화제는 7일까지 이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