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명분 집착 역효과 우려”
재계는 정부가 과연 해외 투기자본 움직임과 국내 법규와의 상충 관계, 실현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제대로 검토해 지배구조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27일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마다 외국인 지분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에서 명분에만 집착한 관치(官治)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실현 어려운 김상조표 지배구조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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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해법’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우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 2%를 사들여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대 주주로서 갖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회사 전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을 4.65% 보유 중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 2%를 추가로 사들이면 지분 가치는 약 21조 원 규모로, 삼성물산 자산 총액(49조 원)의 절반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1대 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43.44%·약 10조 원)를 더하면 50%가 넘어간다. 금융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보고서를 작성했던 2016년 2월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전이라 지분 가치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데다 삼성전자 주가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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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외의 다른 자회사 지분도 추가 매입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주회사의 상장자회사 지분 확보 비율이 현행 20%에서 30%로 늘어나면 삼성물산이 부담할 비용은 최대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가이드라인부터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난관이다. 설립신고만 하면 되는 일반지주회사와 달리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은 2016년 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금융위에 이미 문의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보험사의 자본 감소로 인해 보험가입자의 안정성 하락이 우려된다”고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생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과정에서 금융관계사 지분과 현금 등 유가증권을 투자회사로 넘겨야 해 재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금융당국이 의견을 갑자기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