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공정 근절안’ 하반기 시행
2013년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나 됐지만 대리점과 거래하는 본사의 ‘갑질’ 행태가 여전하다.
공정위는 우선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동안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웠던 ‘끼워 팔기’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본사는 대리점에 인기 제품을 보내면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새로 출시한 제품을 묶어서 공급해왔다. 대리점은 인기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사의 요구에 따랐다. 공정위는 ‘밀어내기’ 갑질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에 과징금 124억 원을 부과했지만 관련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2016년 최종 5억 원의 정액 과징금만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관련 고시를 고쳐 ‘밀어내기’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하반기(7∼12월)부터 적용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하반기부터 대리점들에 최소한 3년 이상의 영업기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점 약 477곳 중 336곳(70.4%)이 “1년 단위로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대리점이 계약 종료 등을 우려해 본사의 ‘갑질’을 참아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위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설정된 계약서를 체결한 후 본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대리점법상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본사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리점의 신고가 있어야 본사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문제가 된 업체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또 본사보다 현저하게 힘이 약한 대리점주들에게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처럼 ‘대리점 단체’를 구성할 권한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