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세상의 그릇된 편견과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연기로 남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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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울린 ‘나의 아저씨’
동네 입구 술집·동네 친구들
40대 중년 고단한 현실 위로
“나의 인생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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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 탓에 극 초반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잇따랐지만, 끝내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처럼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사는 사람들이 가슴 속 하나씩 가지고 있는 삶의 생채기를 서로 보듬고 치유했다. 무엇보다 “남성 시청자들도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40대 ‘아저씨’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이뤄놓은 건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라며 읊조리는 박동훈(이선균)의 극중 대사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남성들의 삶을 대변했다. 덕분에 30∼40대 남성 시청자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SNS를 통해 “혼자 알고 싶고, 혼자 보고 싶은 드라마”라는 반응을 드러내며 격하게 공감했다.
이지안(아이유)이 자신과 ‘나의 아저씨’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그릇된 편견과 시선을 향해 소리치듯 “21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따뜻한 말을 건네준 분이다. 존경한다”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것 같다”고 한 말은 세상의 모든 아저씨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로망’과 ‘판타지’를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동네 입구의 술집, 조기축구회, 동네 친구 등 극중 펼쳐진 장치는 평범한 중년들의 지루하면서도 반복된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박동훈 부장의 “지긋지긋한 삼형제”와 “개가 ‘똥’을 거르지, 니들이 술을 거르겠냐”며 각박한 인생의 동반자 같은 ‘동네 친구’들을 통해 40대 아저씨들의 현실을 위로했다.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이며 전해지는 진심은 어깨에 고단한 삶을 하나씩 지고 사는 이들에게 ‘서글픈’ 웃음을 선사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