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
표면적으로 보면 새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정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용어의 정정은 2015 교육과정을 연구진이 개발한 ‘원안’대로 돌리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굳이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을 주장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바로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 문제다.
과거 정권에서는 근현대사 비중의 축소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 결과 최근까지 사용된 2009 교육과정에서는 단원수로 전근대사와 근현대사가 50 대 50이 되었고, 폐기된 2015 교육과정에서는 60 대 40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학자들이 주장해 왔던 대로 25 대 75 정도로 근현대사가 전체 단원의 75%를 차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근대 시기의 역사는 시간적으로도 근현대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장기간이고 내용적으로도 매우 방대하다. 이것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수준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공부하도록 하는 문제도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근현대사가 현재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선진국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타당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필자가 15년간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쳐본 결과는 조금 다르다.
학생들에게 근현대 시기는 더욱 공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촘촘히 붙어 있다 보니 사건의 발생연도뿐만 아니라 월, 일까지 기억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유럽의 경우에는 전근대 시기의 역사가 국가사보다는 유럽 전체사로서 전개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민국가의 시작 시기인 19세기 이후 역사를 위주로 가르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근현대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근현대사 위주로 내용을 구성하다 보면 자칫 역사 교과서의 정치도구화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근현대사가 전근대사에 비해 매우 많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민족 화합과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이 시기에 우리 민족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번영해온 전근대 시기 역사도 지나치게 소홀하게 다루지는 말았으면 한다.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