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ICT분야 전문가 124명 분석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2017년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추격’을 넘어 한국을 ‘추월’한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12개 ICT 분야의 124명이 심층 집단토론을 해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의 상대적 기술 수준을 분석해 이뤄졌다.
한국의 AI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운 요인이 크다. 2020년까지 국내 AI 분야에서 석·박사급 인력 부족분은 4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에서 AI 연구가 활발한 KAIST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AI 연구자는 각각 178명, 87명이다. 이는 중국과 프랑스 등 세계적 대학·연구기관의 10%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거나 해외에서 AI를 공부한 인력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영향도 크다. 배재경 카카오 컨텍스트파트장은 “기존 AI 모델을 연구할 인력은 그나마 괜찮지만 뛰어난 논문을 발표하거나 새 모델을 개발할 고급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AI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혁신 인프라도 주요국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 중국 정부가 연간 약 6조 원을 R&D에 투자하는 데 비해 지난해 한국 정부의 투자액은 1767억 원으로 3%가 채 안 된다.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회의실에서 6차 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출한 ‘인공지능 R&D 전략’을 의결했다. 향후 5년간 2조2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4대 AI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AI 기술이 이제 막 산업에 적용되는 단계인 만큼 한국 실정에 맞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한국은 디바이스와 포털 등 AI 기반이 되는 ICT 산업이 두루 발전해 AI를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양호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