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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도 “카톡”… 교사가 콜센터인가요

입력 | 2018-05-07 03:00:00

[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예기)]<10>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선생님 전화






■ 퇴근 후에도 전화 불나는 새 학기 싫어요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오후 9시. 휴대전화의 진동이 또 울립니다. 오늘 저녁에만 벌써 4번째입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자친구가 아닙니다. 학부모입니다.

전 선생님입니다. 신학기인 요즘 제 휴대전화는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들 전화로 불이 납니다. 얼마 전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불금’을 보내는데 저희 반 학생의 어머님께 전화가 와서 1시간 넘게 술집 밖 골목길 통로에서 쪼그리고 앉아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뛸 때에도 긴장은 계속됩니다. 막상 전화를 받아보면 그리 긴급한 일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애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녹색어머니회 순서가 언제쯤이냐” 같은 게 대부분입니다.

전에는 학부모님이 담임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할 때 한참 망설이곤 했습니다. 어려워서죠. 지금은 안 그렇습니다. 교사 휴대전화번호는 긴급하거나 중요한 상황에 쓰라고 알려드리는 건데 ‘24시간 상담소’가 된 기분도 듭니다. 스마트폰 시대 교사와의 전화 예절,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소통 좋지만 전화 예절도 꼭 지켜주세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요즘, 교사들의 휴대전화번호 공개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의무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교사가 아이들이나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위해 학년 초 번호를 공유한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많은 게 문제다.

초등학교 교사 2년 차인 김모 씨(26)는 얼마 전 오후 10시에 잔뜩 화가 난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식겁했다. 퇴근 후 아이와 대화하던 학부모가 아이의 말만 듣고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분에 가득 찬 상태로 전화를 건 것이다. 오해였다. 김 씨는 “반 아이가 27명인데 1인당 한두 번씩만 건다고 해도 낮밤으로 전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며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전화 응대 스트레스 때문에 앞으로 담임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만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도 선생님과의 전화 소통 예절에 대한 개념이 없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 씨(44)는 “카톡 ‘게임초대’에 응해달라는 아이들의 메시지가 수시로 떠서 그러지 말라고 해도 계속 그런다”며 “클래스팅(학급용 SNS)에 매일 숙제와 준비물을 올려놓아도 확인도 하지 않고 개인 카톡으로 ‘숙제가 뭐예요’라고 묻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선의로 보내는 카카오톡 ‘기프티콘’도 교사들에겐 골칫거리다. 유치원 교사인 장모 씨(30·여)는 “이를 받으면 김영란법에 어긋난다”며 “어머님들 뜻은 알지만 매번 오는 커피나 케이크 상품권을 거절하는 것도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번호가 공개되면 자연스레 SNS도 공유된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사생활이 오픈되는 것도 문제. 중학교 교사인 허모 씨(31·여)는 “‘선생님 프사(프로필 사진) 보니 푸껫 다녀오셨나 봐요’ ‘남자친구분 잘생기셨던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사진 올리는 것도 신경 쓰인다”고 토로했다. ‘상태메시지’에 ‘쓸쓸하다’고 쓰면, “선생님 헤어지셨나요”란 인사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업무용, 개인용 폰을 두 개씩 장만하는 교사도 많다.

교사의 개인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에서는 학교를 통해서만 학부모의 말을 교사에게 전할 수 있다.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할 경우에도 학교 상황실 역할을 하는 부서를 거쳐야 한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의 전화번호 공개를 일반화하는 문화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학생과 교사 간 전화 예절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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