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서 열리는 ‘세계고지도 전시회’
‘2018 세계고지도 전시회’에서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혜정본 광개토대왕비 원석탁본’. 학계에서는 1880년대 만들어진 초기 원석탁본 중에서도 매우 정교한 선본(善本)으로 보고 있다.
혜정문화재단은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토포하우스에서 ‘2018 세계고지도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서는 혜정본을 포함해 각종 희귀 고지도 60여 점을 선보인다. 김혜정 혜정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도는 한 시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와 예술의 척도”라며 “지도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계관의 변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수천 점의 고지도를 수집한 컬렉터이자 경희대 혜정박물관장을 지낸 고지도 전문가다.
광개토대왕비 혜정본은 1985년경 김 이사장이 중국 베이징의 류리창(琉璃廠)에서 구입했다.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 같은 곳이다. 광개토대왕비 탁본은 우리나라에 2종, 중국 6종, 일본 2종 등 10여 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국내에 없거나 보존 상태가 불량해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1760년 청나라 황천인이 제작한 ‘대청만년일통지리도’의 원본을 병풍으로 이어붙인 모습. 미국 의회도서관과 일본 고베시립박물관 등 전 세계에서 수점만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혜정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건 18세기 청나라의 황천인(黃千人)이 제작한 ‘대청만년일통지리도’다. 중국을 중심으로 조선, 일본, 류쿠 등 동아시아 각 국가들이 모두 표현돼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청나라 영토로 표시한 점이 흥미롭다.
서양인의 시선으로 중세 한반도를 표현한 고지도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1626년 영국인 존 스피드가 1626년 제작한 아시아 지도는 한반도를 ‘Cory(고려)’와 ‘Tauxem(조선)’이라는 지명과 함께 고구마 줄기처럼 길쭉하게 표현했다. 지도의 양 옆에는 아시아 각국의 민속 의상을 함께 실어 의복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혜정문화재단은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시관에서 특별전시회를 여는 등 전국 순회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시민들과 함께 고지도를 수집, 보존하기 위해 재단의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라며 “의미 있는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시민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료. 02-571-6261.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