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구급대원 뇌출혈로 숨져
주먹으로 위협하는 주폭 지난달 2일 119 구급차에서 윤모 씨(오른쪽)가 구급대원 강모 소방위를 때릴 듯이 주먹을 들어 보이는 모습이 내부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후 구급차 밖에서 윤 씨에게 머리를 맞은 강 소방위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1일 숨졌다. 익산소방서 제공
○ 주취자 폭행 29일 만에 사망
지난달 2일 낮 12시경 전북 익산역 앞 왕복 4차로. 윤모 씨(47)가 갑자기 차도에 뛰어들어 승용차를 가로막았다. 이유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윤 씨는 차도와 인도를 오가며 무작정 시비를 걸었다. 놀란 시민들은 세 차례나 112에 신고했다. 한동안 난동을 부리던 윤 씨는 도로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런 윤 씨를 구하려 전북 익산소방서 강모 소방위(51·여) 등 119구급대원 3명이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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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직후 강 소방위는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같은 달 5일과 9일 전주의 병원 2곳을 찾았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강 소방위는 5월 중 서울의 한 대형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치료를 위해 병가 중이던 지난달 24일 강 소방위는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급히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1일 오전 5시경 숨졌다. 의료진이 밝힌 병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출혈’이었다.
강 소방위는 1999년 12월 구급대원을 시작했다. 남편 역시 소방관이다. 아들 두 형제를 키우는 엄마다. 그는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당시 이송 때 폭행과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구급활동 방해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윤 씨 폭행과 강 소방위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윤 씨 폭행이 영향을 미쳤다면 폭행치사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 매 맞고 욕먹는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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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은 지난해 4월부터 구급대원 폭행 근절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신고자가 주취자일 경우 반드시 경찰과 동행하고 폐쇄회로(CC)TV 등을 활용해 증거를 확보한 뒤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토록 했다. 또 안전을 위해 대원 3명이 1개조를 구성해 구급차로 출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2명만 구급차에 타는 비율이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 한 대원이 구급차 운전 때 홀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 대원은 폭행이나 폭언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익산=이형주 peneye09@donga.com / 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