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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NO’ 할 수 없는 선언… 日, 어젠다 설정 관여 못해 위상 추락”

입력 | 2018-04-30 03:00:00

[日 전문가가 본 남북 비핵화 선언]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한반도 관련 서방보스 美 아래 동아시아 지배인 격이었던 일본
이젠 여러 지점장 중 한명 전락”




기무라 간 일본 고베대 교수는 29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이 변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은 대국을 추종하면서 그 힘을 이용해 자립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며 “일본이 참고해도 좋은 자세”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북한 불신론이 여전히 뿌리 깊다. 하지만 한반도를 아는 전문가일수록 회의론이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교정치학자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는 29일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실현을 최우선으로 하며 미국이 ‘노’라 말할 수 없는 선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 움직임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반면 일본 정부는 어젠다 설정에 제대로 관여하지 못했다”며 “이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이 변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전후(戰後) 일본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와 관련한 중요한 일로 움직일 때는 일본에 사전에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미국이 서방 보스라면 일본은 ‘동아시아의 지배인’ 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드러난 ‘일본 배제’는 이제 일본이 ‘동아시아의 여러 지점장’ 중 한 명에 그친다는 현실을 보여줬다는 게 그의 평가다.

기무라 교수는 일본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에 끼지 못한 이유는 한반도 문제에 일본이 어떻게 관여하고 싶은지 관계국들에 명료하게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 성과는 동아시아 지역의 중요 과제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개국에 의해 개선된 ‘실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본이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지 않은 대가는 작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과의 양호한 관계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정책의 그랜드 디자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외교 방침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선택지는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미국과 한국을 신뢰한다는 자세로 지켜보든지, 아니면 한국이나 중국에 날아가 일본의 이해를 강하게 어필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도 앞으로 벌어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간 인식차가 우려되지만 회담 성공 가능성은 70% 이상”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일본 내에서 ‘비핵화 방법이나 시기 등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자꾸 나오지만 이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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