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손잡고 ‘빙저호’ 시추 도전 장보고기지서 300km 떨어진 곳… 수백만년 전 미생물 생태계 탐사 “미국 이어 두번째 성공 기대”
영국극지연구소(BAS) 연구진이 특수 장비를 이용해 두꺼운 얼음 표면에 구멍을 뚫고 있다. 최근엔 남극 빙하오염을 막기 위해 뜨거운 물로 구멍을 뚫는 ‘열수(熱水)’ 방식을 자주 이용한다. 영국극지연구소 제공
남극 연구, 특히 빙하 및 기후변화 분야에선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본 영국 극지연구소(BAS) 과학부장은 한국과의 협력 방안 논의차 방문한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에서 25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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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 얼음에 구멍을 뚫다 보면 기계장치는 얼어버리고, 겨우 뚫었던 구멍도 눈과 추위로 다시 막혀 버린다. 남극 빙저호 시추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나라는 러시아다. 2011∼2012년 조금씩 구멍을 뚫고, 이 구멍이 다시 얼지 않도록 부동액을 채워 두는 방법을 썼다. 그러다 빙저호의 물이 갑작스럽게 분출돼 올라오면서 적잖은 부동액을 남극 빙하에 스며들게 만드는 실수를 했다. 많은 환경단체의 항의를 받으면서 사실상 실패한 시도로 꼽힌다.
최근엔 뜨거운 물로 얼음을 녹여 구멍을 뚫는 ‘열수(熱水) 방식’을 주로 쓴다. 남극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특수 필터로 모든 불순물을 걸러낸 다음 적외선으로 살균한다. 또 물을 섭씨 100도로 끓이기 때문에 남극 빙하 밑으로 미생물이나 불순물이 유입될 우려가 없다.
지금까지 빙저호 시추에 유일하게 성공한 국가는 미국이다. 2013년 1월 미국은 남극 남서쪽 맥머도 기지 인근에서 열수 방식을 이용해 약 800m 두께의 얼음 아래에 위치한 ‘윌런스호’ 시추에 성공했다. 이때 퍼 올린 빙저호 물로 각종 실험을 진행한 연구 결과를 2014년 8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영 공동연구진도 열수 방식을 이용하지만 난도는 미국보다 한층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깊이가 2km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깊이를 열수로 파고 들어가면 얼음이 녹아 대량의 물이 생긴다. 이 물을 담아둘 저수시설이 필요한데, 이것도 얼음 밑에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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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익 극지연구소 K루트 사업단장은 “성공한다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빙저호 시추에 성공하는 것으로, 2km 이상으로는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