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1부 차장
돈을 받고 공간을 빌려줬을 뿐, 그 안에서 뭘 하든 (불법이 아니면) 책임이 없다고 항변할 법도 하다. 그런데 롯데는 그냥 비판을 수용했다. 일본인들이 일왕 생일을 축하할 자유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재일교포 창업주를 둔 탓에 욕을 더 먹었을 뿐이다. 지금은 이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私)기업이 돈을 받고 파는 공간에도 이 정도 책임을 묻는다. 공공(公共)의 공간은 더 엄격하다. 서울광장 사용 신청은 선착순이 아니다. 행사가 공익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서울시를 설득시켜야 한다.
이런 말을 꺼낸 것은 네이버 때문이다. 공론장인 줄 알았던 뉴스 댓글 공간이 실제로는 정치 작전세력의 앞마당이었다는 사실로 시끄럽다. 그런데 네이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 자동차를 없앨 순 없다고 비유한다. 뉴스 댓글 부작용이 있다고 공론장을 막아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믿음과 달리) 자동차 중 상당수에 브레이크가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고, 이를 도로 관리 사업자 혼자만 알고 있다면. 게다가 자동차가 늘어날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라면. 자동차의 질주를 마냥 허용하는 도로 사업자는 윤리적인가?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네이버 뉴스(연예 스포츠 제외)에 달리는 하루 40만여 개 댓글 가운데 상상 이상의 비중이 ‘작전의 산물’로 의심된다”고 시인했다. 연예인 팬클럽의 극성이든, 문팬 클럽의 자원봉사든, 댓글 알바의 돈벌이든, 드루킹 일당의 매크로 작전이든, 세금 받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한심한 공작이든 뉴스 댓글 상당수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네이버는 알고 있다.
특정 아이디 수백, 수천 개가 특정 기사에 몰려다니며 집중포를 쏘거나, 비정상적인 시간대에 몰려와 조작을 한다는 건 네이버가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정상적인 여론의 경연장으로만 포장한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는 조치는 대체로 책임을 지는 데서 멀고, ‘고장 난 자동차’를 유지하자는 쪽에 가깝다. 이런 구조는 네이버의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 네이버는 윤리적인가?
뉴스 댓글 운영만 놓고 봤을 때 지금의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꿈꾼 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벤처 기업이 아니다. 이름과 콘텐츠를 걸고 책임있게 공론장을 운영하는 언론도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댓글 장사 수익을 올리고, 책임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론장 비즈니스’ 사업자에 지나지 않는다.
김용석 산업1부 차장 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