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미세먼지 마스크를 썼을 때 생기는 호흡 곤란 증상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싱가포르국립대병원이 2015년 임신 27~32주인 임신부 20명(21~40세)을 상대로 실험해보니 한국의 KF94 등급에 해당하는 N95(미국 기준) 마스크를 쓴 경우 평소보다 호흡량이 23%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차단율이 높을 수록 마스크의 필터 조직이 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촘촘히 짜여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산소 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13.8%, 17.7% 감소했다. 폐활량이 성인보다 적은 아이들에겐 마스크 필터 안쪽이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이라 밀폐된 좁은 공간과 비슷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아예 산업안전용으로 분류하고 영유아가 착용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미국 흉부학회는 “아동들에게 마스크가 호흡을 어렵게 해 육체적 부담을 주며, 호흡량을 감소시켜 폐와 심장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마스크 제조업체인 3M은 자사 영문 홈페이지에 “3세 미만 아동은 질식 위험이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문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현행 마스크 허가기준엔 숨을 들이마실 때 생기는 ‘흡기저항’의 수준이 포함돼있지만 연령별 폐활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영유아가 견딜 수 있는 흡기저항이 어느 정도인지 마스크 기준을 만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하려면 시판 중인 미세먼지 마스크를 정부가 검증하고 필요한 경우 주의문구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날엔 영유아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게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