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예식 김성호-김진희 부부 작년 교회서 만나 10월 혼인신고… 설수철 목사 도움으로 집 구하고 주위 온정에 ‘그림의 떡’ 현실로
24일 오후 4시 반 서울시청 뒤편 서울마당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린다.
꿈도 희망도 없이 서울역 부근에서 노숙과 쪽방 생활을 하던 김성호(37) 김진희 씨(30)가 주인공이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지체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다. 이른바 ‘동작동 쪽방촌’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밥이 아니라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집퍼 사역’을 하는 설수철 목사(51)를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몄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숍을 찾은 부부와 이들의 정착과 결혼식을 도운 설 목사를 만났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에 앞서 웨딩숍에서 만난 김성호 김진희 씨 부부와 이들의 결혼과 정착을 도운 설수철 목사(가운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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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 씨의 꿈은 어릴 때부터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었다. 어렵게 새 출발을 했지만 결혼식은 공공근로 등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이 사연이 설 목사를 통해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대표인 이창호 목사에게 알려지면서 작은 기적이 시작됐다. 이윤미 나누리결혼문화원장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서울마당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대산공사가 식장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한 것.
노숙인 대상의 무료급식 봉사를 했던 설 목사는 2년 전부터 ‘집퍼 사역’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립주택 몇 채를 임차해 노숙인 가정을 입주시키는데 그 부담이 작지 않다. 그래서 평소 그는 목회자라는 본업 외에 4년째 대리기사와 택배기사, 목수로도 뛰고 있다. 수입의 대부분은 임차 비용과 공간에 놓을 가전제품을 마련하는 데 들어갔다. 설 목사는 “밥만 먹고 거리로 다시 돌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봤다”며 “집을 퍼주면 그 사람의 심신이 건강해지고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호 씨는 “목사님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작은 기적을 경험했다”며 “지금은 목사님 도움으로 편안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임대아파트를 마련해 자립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