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 절반으로 불법 하청… 아파트 동대표 등에 금품 건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서울 용산구의 또 다른 아파트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복도 창문 옆 벽면을 만지자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종잇장처럼 일어난 페인트가 부서졌다. 외벽의 갈색 페인트도 여기저기 벗겨져 멀리서 보면 물에 젖은 듯 얼룩져 있었다. 이 아파트는 2년 전 도색작업을 했다. 근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 사려는 사람과 다니다 보면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혀를 찼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실제 공사비는 크게 줄었다. 2014년 서울 A아파트의 경우 도색공사비가 15억9000만 원이었지만 하도급업체에는 6억5000만 원이 지급됐다. 하도급 과정에서만 무려 9억4000만 원이 사라진 것이다. 12억6000만 원짜리 공사의 실제 비용이 5억4000만 원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해당 액수만큼 아파트 주민들이 낸 관리비를 낭비한 것이다.
하도급업체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페인트 두께를 0.5∼0.7mm로 시공했다. 제대로 방수기능을 하려면 두께가 최소 2mm로 칠해져야 한다. 그래야 5∼7년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 대표와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들의 불법 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1인당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 4년간 이들이 챙긴 돈은 1억 원에 달했다.
앞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21개 단지 주민 4400여 명은 2016년 9월 “도색업체와 아파트 간 불법 리베이트로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고발장을 냈다. 경찰은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짬짜미 정황을 포착했다.
배준우 jjoonn@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