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업근로병행’ 확산
박람회에 이틀간 1만5000명 몰려 11일 파리 19구 과학과 산업 단지 지하에서 열린 학업근로병행 프로그램 박람회 모습. 기업 부스마다 채용 상담이나 면접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올해로 23번째를 맞는 이 박람회에는 매년 참가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60개 기업, 30개 학교가 부스를 차려놓고 학생을 기다렸으며 이틀 동안 1만5000명의 학생이 몰렸다. 파리=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DC 파리 비즈니스 스쿨을 다니는 나타샤(21)는 프랑스 최대 가스에너지 회사 엔지(engie) 부스를 찾았다. 알테르낭스 프로그램이 있는 EDC 파리 비즈니스 스쿨에서 올해 마케팅 석사 과정을 시작한 나타샤는 학업을 계속하면서 다닐 수 있는 기업을 찾는 중이었다.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회사도 다니는 알테르낭스 프로그램은 프랑스 특유의 교육제도다. 한 주에 이틀은 수업을 듣고 사흘은 회사에 나가기도 하고, 매달 첫째 셋째 주는 수업을 하고 둘째 넷째 주엔 회사에 다니는 등 방식은 다양하지만 이 체제를 선택한 학생은 재학 기간 내내 회사도 함께 다녀야 한다. 나타샤는 “엔지가 내 전공인 마케팅 인력을 찾는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학비가 비싼 편이지만 취직을 하면 학비를 낼 정도로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와 기업을 동시에 찾고 있는 알렉상드르(19)는 “일반 대학생들이 지식만 배운다면 알테르낭스 프로그램은 지식과 업무 노하우를 동시에 배울 수 있어 강점이 크다”며 “학생 신분이지만 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자 권리가 보장되고 보수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테르낭스 프로그램은 대학교육을 마치고 직장을 구하는 기존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박람회장에 부스를 차린 기업 중에는 최대 공영방송사 프랑스TV, 대형 유통업체 카지노, 금융회사 LCL, 에너지 회사 토탈 등 주요 기업과 중소기업 60곳, 파리시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학생들을 채용하기 위해 참여했다.
프랑스에서 활성화돼 있는 인턴제도는 방학 기간 혹은 최대 한 학기 정도로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기업에서는 오히려 짐으로 여기는 인식이 많았다. 알테르낭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2∼3년간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로 채용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편이다. 또 검증 안 된 신입사원을 뽑기보다는 일 잘하는 알테르낭스 학생들을 졸업 후 채용해 연속성을 유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가 넘는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학업근로병행 프로그램이 직업교육의 최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업이 내는 도제 교육세로 알테르낭스 학생 채용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학교와 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지원 정책도 추진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교육부, 노동부 장관에게 “훌륭한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 중 하나인데 아직 16∼25세의 7%만 학업근로병행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지시한 바 있다.
:: 학업근로병행(Alternance) 프로그램 ::
1978년부터 프랑스에서 시작된 배움과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고등학교부터 학·석사 과정까지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에 갈 경우 관련 전공의 회사 일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학생들은 돈을 벌며 학교에 다니고 경험도 쌓고,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로 장기간 숙련된 인력을 쓸 수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