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로 한국 남성 평균(11㎝)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여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산=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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