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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 꺼리는 트럼프… 울란바토르, 대안 떠올라

입력 | 2018-04-09 03:00:00

북미, 정상회담 논의 비밀 접촉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 앞서 정보당국 간 실무 접촉을 통해 회담 장소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안방인 평양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불러들이겠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선뜻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등 제3국이 새로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 평양행 신중해진 트럼프, 제3국으로 눈길

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미 CNN도 7일(현지 시간) 북-미 당국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밀리에 실무 접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미 양측은 회담 장소를 놓고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장소가 정해져야 복잡한 의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날짜는 협의하에 미룰 수도 있지만 장소는 미리 정해둬야 철저한 사전 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북한은 비밀 실무회담에서 백악관에 평양 개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현직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의 경우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트럼프는 한때 평양 방문을 검토했지만 최근 다소 신중한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가 평양행 비행기를 탔는데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은 데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방문 자체를 북한 체제를 홍보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 몽골, 스웨덴, 스위스 등이 서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양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미국 측은 회담 테이블을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에 마련할 경우 도청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북-중 회담이 열린 뒤 베이징에서 북-미 회담을 이어 가진다는 것도 미국으로선 탐탁지 않은 그림이다.

몽골의 경우 스웨덴 등 유럽 국가보다 김정은이 이동하기 멀지 않은 게 장점이다. 지난달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갔던 김정은은 울란바토르까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으로서는 몽골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거점이라 상징성도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카드도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이전만큼 자주 거론되고 있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 북-미 정보당국이 나서 정상회담 준비

현재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양측 정보당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인 만큼 핵심 의제인 비핵화 이슈에 가장 최적화된 기관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CNN은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CIA의 내부 전담팀을 이끌고 비공식 정보 채널로 북한과 조율 작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역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장이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장은 장길성 노동당 중앙위원이 맡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겸임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길성이 북-미 간 실무회담에 나선다고 해도 김영철에 비해서는 경륜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중요 국면을 김영철이 직접 챙길 가능성이 있다. 전임 정찰총국장을 지내기도 한 김영철은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내려온 데 이어 우리 대북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때 김여정과 함께 유일하게 배석하는 등 중추적 역할을 했다.

다만 현재까지 사실상 핵심 역할을 못하고 있는 미 국무부와 달리 북한에선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의 역할 역시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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