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개발-사업팀의 뒷얘기
23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로 컴투스 본사에서 이 회사 디자이너가 ‘컴투스프로야구(컴프야) 2018’ 프로야구 선수 캐릭터의 얼굴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컴투스 제공
‘선동렬과 양현종이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상상은 게임 속에서는 현실이 된다. 컴투스는 이런 야구팬들의 상상을 가상현실로 구현한 컴투스프로야구(컴프야)를 2002년부터 서비스해 왔다. 컴프야는 구글, 애플 양대 앱 마켓에서 국내 모바일 스포츠 게임 부문 매출 1위, 1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23일 컴투스는 2018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컴프야 2018’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날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로 컴투스 본사에서 홍지웅 게임제작본부 수석 겸 프로듀서(PD)와 한동규 게임사업3팀 팀장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컴프야를 개발·운영하는 한동규 게임사업3팀 팀장(왼쪽)과 홍지웅 게임제작본부 수석 겸 프로듀서(PD)가 ‘컴프야 2018’ 이미지들을 배경으로 파이팅을 하고 있다. 컴투스 제공
우선순위는 전·현직 선수들의 실명과 얼굴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일이다. 사업팀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일구회(프로야구 은퇴 선수 모임) 등과 미팅을 해가며 라이선스를 얻는다. 라이선스 비용은 대외비지만 게임 제작비에서 상당한 수준을 차지할 정도. 컴프야는 1982년도부터 2018년 현재까지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라이선스가 해결되면 개발팀은 본격적으로 선수들의 얼굴을 해부(?)한다. 컴투스는 언론사 등에서 구매한 사진과 프로야구 생중계, 유튜브 등 영상 시청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골격부터 눈썹, 눈, 미간, 입술, 콧대, 콧구멍까지…. 디자이너 3, 4명이 꼬박 2, 3일을 작업하면 두세 명의 선수 캐릭터가 완성된다. 선수들의 외모 보정 작업은 연중 진행된다. 컴투스는 주요 선수 700명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좀 더 현실감을 가미하기 위해 프로야구 1군 선수를 섭외했다. 선수들을 스튜디오에 불러 타격과 투구를 하게 한 뒤 동작 하나하나를 촬영해 섬세한 움직임을 디자인적으로 반영(모션캡처)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키애니메이션, 모션캡처 방식으로 주요 선수들의 특이한 폼 하나를 완성하는 데 디자이너 3명이 번갈아가며 5일을 꼬박 작업한다. 이렇게 만든 세부 동작들은 수천 종에 달한다.
구장의 디테일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고척돔에 없었던 전광판이 시즌 중간에 생겨나면서 이 요소를 즉각 반영했다. 올해부터는 선수들이 마운드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흙이 파이는 장면을 게임에 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2018시즌부터 적용 중인 ‘자동 고의사구’도 반영했다. 시즌 중인 프로야구 선수들의 방어율, 타율 등 실제 성적을 반영해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를 한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의 능력치는 게임에서도 좋지 못하다.
“컴프야가 16년 동안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야구팬들이 봤을 때 실제 야구와 게임 캐릭터가 비슷한 성향을 갖게 만드는 것이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죠.” 홍 PD의 말이다.
실제 성적과 게임 캐릭터 능력이 같다면 징크스에 빠진 선수들이 게임에 항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팀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온 선수는 없다”며 웃었다. 다만 이런 에피소드는 있다. 한 번은 컴투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팬사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 PD가 선수들에게 자신이 컴프야 개발자라고 소개하자 이대호 선수가 “제 능력치가 너무 낮은 거 아니에요?”라고 애교 섞인 항의를 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