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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 이룬 ‘신용-의리 경영’

입력 | 2018-03-17 03:00:00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신용’과 ‘의리’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나 다른 기업 등 외부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나온 얘기다.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두 단어를 ‘한화 정신’으로 부르며 사실상 사훈(社訓)처럼 여긴다. 또 이를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신용과 의리라는 원칙을 묵묵히 지키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로 해석한다. 실제로 김 회장 취임 후 급격히 확장된 사세(社勢)가 이 같은 한화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 의리를 지키는 승부사


2016년 기준 한화그룹 계열사 총매출은 56조 원. 지난해 실적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석유화학과 금융부문이 호조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이 기대된다. 1981년 김 회장이 취임할 당시 그룹 총매출이 1조 원 남짓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2016년 기준 한화그룹 계열사의 자산 총액은 59조 원. 본보가 ‘재계 파워 엘리트’ 시리즈(2008년 4∼11월)에 소개할 당시 기준으로 삼은 2007년 자산 총액(20조60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도 12위에서 8위로 높아졌다.

한화의 신용과 의리 중시라는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실시한 구조조정이다. 다른 기업들은 회사 매각에만 매달렸지만 한화는 달랐다. 회사를 팔 때 돈을 덜 받더라도 완전고용 승계 조건을 고수했다. 한화에너지 정유부문을 현대정유에 넘길 때 김 회장은 “매각 대금은 손해를 볼 테니 인수 과정에서 단 한 명도 해고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결과는 김 회장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한화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2012년 독일 큐셀(현 한화큐셀), 2015년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등의 인수합병(M&A)을 결정했다. 이 업체들을 인수할 때마다 재계에서는 “소화불량에 걸릴 수도 있다” 등 비판적인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들은 모두 한화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효자 기업’들이다.

김 회장이 신용과 의리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물을 끓게 하는 100도와 99도를 결정짓는 것은 단 1도 차이”라며 “포기하지 않는 1도의 혁신이 개인과 조직, 회사의 잠재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한화 임직원들에게 미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 그룹 수뇌부인 ‘독수리 5형제’

한화그룹은 2013년 4월부터 대규모 신규 투자, 계열사 간 이해관계 조정, 대표이사급 인사 등에 대한 자문 및 권고를 하는 ‘경영조정위원회(경조위)’를 운영하고 있다. 멤버는 의장인 금춘수 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과 사업 부문별 대표 4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금 부회장은 명실상부한 그룹의 ‘넘버 2’이다. 2007년부터 4년간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한화차이나 사장으로 태양광과 금융, 석유화학 분야 중국 사업을 총괄했다. 2014년 경영기획실장으로 컴백한 뒤엔 삼성그룹에서 석유화학 및 방산 기업 4곳을 인수하고,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통합하는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은 경조위 금융부문 위원이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했을 때 지원부문 총괄 전무로 보험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전까지는 한화기계, 한화정보통신 등에서 근무했다. 금융계 입문은 늦었지만 금융권에서는 ‘전문 금융 경영인’으로 통한다. 2002년 29조 원이었던 한화생명 자산을 2017년 110조 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리면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1981년 그룹 입사 이후 주로 영업현장에서 활약한 ‘영업통’이다. 요즘도 현장을 중시해 1주일에 이틀이나 사흘은 여수, 울산, 대전 연구소 등 사업장에서 지낸다. 지난해 유화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태종 ㈜한화 방산부문 대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 ㈜한화 인천공장 기술지원부장, 보은공장장 등을 지냈다. 2015년 6월부터 방산부문을 맡고 있다.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는 입사 후 30여 년간 건설현장을 누빈 엔지니어 출신. 2012년 총 사업비 11조 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본부장을 맡아 사업을 이끌었다. 한화도시개발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전략가 공학도 금융맨 해외통… 현장마다 ‘전문가 수장’▼

방산·유화·금융·건설 등 계열사 이끄는 최고경영진

한화그룹의 사업구조는 △방산·제조 △유화·에너지 △금융 △건설·서비스 등 4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부문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 ‘전문가’로 채워진 방산·제조


옥경석 ㈜한화 화약부문 대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한화그룹에 영입된 경영관리 전문가.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부문 사장, 한화건설 경영효율화 담당 사장을 지냈다.

김연철 ㈜한화 기계부문 대표는 1986년 한화그룹 입사 후 줄곧 항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화정밀기계, 한화테크윈 시큐리티부문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한화 무역부문 이민석 대표는 재무와 기획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그룹 전략기획팀장과 경영진단팀장 등을 역임했다.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는 기계공학도 출신으로 방산 분야에서 30년간 근무했다. 현재 해외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들과 공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시권 한화시스템 대표도 방산 전문가. ㈜한화 창원공장장과 방산사업본부장 등 방산 분야 생산현장 관리에서 영업 일선까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손재일 한화지상방산 대표는 방산사업 외에 기획, 재무, 인사, 신사업 분야에서 일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노르웨이 군 당국과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주역이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는 전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 한화디펜스 전신인 두산DST 인수작업을 총괄했다.



○ 사세 확장을 이끈 유화·에너지


남성우 한화큐셀 대표는 삼성전자 IT사업부장(부사장) 출신. 2014년 5월 한화그룹으로 스카우트됐다. 한화큐셀을 세계 1위 태양광업체로 만들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토탈을 이끌고 있는 김희철 대표는 한화그룹 안에서 전략 및 기업통합작업(PMI) 전문가로 통한다. 미국 아즈델, 독일 큐셀 등 한화그룹이 인수한 기업들의 대표를 잇달아 맡았다. 한화토탈을 한화그룹 계열사 중 최초로 ‘순이익 1조 원 기업’(2016년 기준)으로 키웠다.

임종훈 한화종합화학 대표는 한화케미칼 경영전략본부장, 영업총괄본부장을 지낸 석유화학 분야 전문가.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사업 위기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선석 한화첨단소재 대표는 고분자공학박사 출신 CEO. 자동차 소재 및 부품 전문가다. 대표 취임 후 경량복합소재연구소를 설립했다.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는 한화케미칼, 한화첨단소재, 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했다. 집단에너지사업 외에 태양광사업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한화에너지를 ‘종합 에너지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최금암 여천NCC 대표는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기획전략통’. 2014년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이 50 대 50 지분으로 합작한 여천NCC 대표로 왔다.



○ 그룹 성장의 주요 축 금융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는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부사장을 지내다가 2013년 영입된 보험 전문가. 지난해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1496억 원)을 냈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1988년 입사 이후 자산운용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지낸 정통 증권맨. 한화생명에서 투자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칼라이코리아 대표를 지낸 글로벌 금융 전문가. 미국 시카고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지만 하버드대 로스쿨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성일 한화저축은행 대표는 ㈜한화 재경본부장을 지낸 재무통. 한화증권과 한화손해보험 등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한화투자신탁 대표도 지냈다.



○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건설·서비스


김은수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한화 유럽과 미국 법인에서 근무한 해외통이다. 경영 트렌드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화호텔&리조트 리조트부문을 이끌고 있는 문석 대표는 한화도시개발 사업본부장, 그룹 경영기획실, 한화건설 이라크사업 총괄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2016년 대표로 취임한 이후 거제 프리미엄 리조트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한화호텔&리조트에서 식음 서비스 및 유통을 전담하는 FC부문을 맡고 있는 김태호 대표는 회사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사업 기반 조성 전문가’로 통한다. 2022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화호텔&리조트 호텔부문 김영철 대표는 더플라자호텔에 사원으로 입사해 29년 만에 대표에 오른 정통 호텔리어. 마케팅팀장, 외식사업부장, 총지배인 등을 거쳤다.

한화역사 박병열 대표는 한화건설 재무팀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지낸 재경 전문가. 재무구조 개선 및 리스크 관리가 주특기다.

김광성 한화63시티 대표는 한화생명 부동산팀장, 경인지역본부장,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부동산 및 영업 전문가. 한화63시티를 글로벌 부동산 종합 서비스 회사로 도약시키는 게 목표다.

김경한 한화S&C 대표는 한화그룹 내부에서 ‘기획통’으로 통한다. 한화S&C 자회사로 생산공정 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SIT 대표를 지냈다.

한화이글스 김신연 대표는 한화케미칼 구매 담당 임원과 뉴욕지사 기업 및 영업 담당 임원을 거쳤다. 한화폴리드리머 대표도 지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