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산성 답사기 펴낸 원종선 씨 사업차 중국에 갔다가 산성에 빠져… 알려지지 않은 13개 산성 새로 발견
중국 다롄시에 있는 고구려 산성 ‘비사성(卑沙城).’ 요동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서해와 보하이(발해)만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였다. 통나무 제공
그는 고구려 산성에 단단히 빠져 있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 요동(랴오둥·遼東) 지역의 73개 고구려 산성을 모조리 답사하고, 이를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고구려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통나무)를 낸 하이코리아 중국부문 대표이자 대련 한국국제학교 재단이사로 활동 중인 원종선 씨(63·사진)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2001년 중국과의 무역을 위해 항저우로 이주한 원 씨. 이곳에서부터 베이징까지 연결된 중국 내륙 운하를 마주하면서 고구려 산성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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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고구려 역사를 총망라한다. 주몽이 첫 도읍으로 세웠던 흘승골성(졸본성)부터 수나라의 침공에 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요동성, 668년 고구려가 당나라에게 함락된 이후에도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안시성까지. 이름으로만 들었던 고구려 옛 성들의 실제 모습을 사진과 지도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원 씨는 “고구려 산성의 가장 큰 특징은 험준한 주위 산세를 이용해 방어력을 극대화한 것”이라며 “중국 중원의 국가들에 비해 인구나 규모가 열세였던 고구려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점은 원 씨의 현장 답사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구련성, 복주고성 등 13개의 고구려 산성을 추가로 밝혀냈다는 것이다. 추천사를 쓴 도올 김용옥은 “이번 연구는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지석(誌石)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 씨는 “채석장으로 산성 자체가 통째로 날아가거나 밭으로 개간돼 흔적이 없어지는 등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가는 고구려 산성이 많다”며 “고구려 산성에 대한 관심과 보존 대책이 함께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