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3월 28~30일 전국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정치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95%신뢰수준 ±3.1%포인트).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고 구속을 앞둔 시점이었다. 20대 유권자들의 정서적 선호로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정부의 장기집권 가능성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우선 0~10점 척도에서 20대 유권자 중 47.6%가 자기 자신을 ‘진보’(0~4점)로 분류한 반면 16.8%만이 ‘보수’(6~10점)로 분류했다. 또 ‘감정적’ 선호의 척도인 ‘감정온도계’(0-100도: 0은 비호감, 100은 호감)에서도 문재인 당시 후보(41.8도)에게 홍준표 후보(25.0도)보다 훨씬 높은 호감을 표시했다. 마찬가지로 CSES(Comparative Study of Electoral Systems) 조사에서도 한국 20대 유권자들은 조사 대상국 34개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진보적인 성향(0~10점 척도에서 4.30)을 보였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보다도 진보적인 성향이다.
정책 입장에서도 20대 유권자가 문 후보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을까? 20대 유권자 중 다른 후보와 비교해 문 후보와의 정책입장 유사도가 가장 높았던 유권자는 15.1%에 불과했다. 안철수(48.6%), 유승민(17.8%) 후보보다 적었고 홍준표 후보(16.8%)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득표율이 높았던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후보(심상정, 유승민 제외)만 고려해도 문 후보와 정책적 입장이 가장 유사한 20대 유권자의 비율은 16.8%에 그쳤다. 정서적 선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총 21개 정책 사안 중 문 대통령이 20대 유권자의 주류 의견과 확실하게 같은 입장을 취한 정책 사안은 10개였다.
정서적 지지와 정책적 선호의 괴리는 어떻게 결말이 날까? 기존 연구결과에 근거해서 두 가지 경쟁적 가설을 상정할 수 있다.
우선 정책적 유사도보다 정서적 선호가 더 중요하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정서적 지지가 정책적 선호를 결정한다는 연구결과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어차피 정책은 미래에 대한 것이고 성패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가령 후보자 TV토론 시청자들이 지지후보와의 입장 차이를 발견할 때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수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전통적 이론에서는 정책적 선호를 더 중시한다. 가령 왜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기간동안 하락하는지를 ‘반대층의 연합현상(Coalition of Opposition)’으로 설명한다. 임기초반 국정운영을 평가할만한 기준이 없어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시작하지만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생겨난다. 역설적이지만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반대층을 양산하고 결국 이 반대층들이 결집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북핵문제와 관련 유권자들의 정서적 지지를 믿고 그대로 가느냐 아니면 그들의 정책적 선호에 맞춰 방향을 전환하느냐의 기로에 여러 번 서게 될 것이다. 그 선택에 따라 현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호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