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뉴에이지 피아노 음반… 임인건이 전곡 새로 녹음해 출시
그 시절 ‘비단구두’는 야심 찬 기획과 훌륭한 음악이 조화를 이룬 프로젝트였다. 유재하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1987년) 제작에 참여한 연주자 겸 기획자 조원익 씨는 유재하가 요절하자 실의에 빠졌다. 재즈 클럽 ‘야누스’를 찾아 허한 맘을 달래던 조 씨는 그곳에서 임인건의 연주에 반했다. 조동진 김민기 신중현 등의 노래를 피아노 독주로 재해석한 음반을 제작하려던 첫 마음을 돌렸다. 임인건의 자작곡들로 음반을 채워 보기로 했다.
“첫 곡 ‘그리고 그 후에’에는 시대상이 담겼어요. 당시 ‘야누스’에서 공연을 하면 최루탄 가스가 들어와서 나팔 부는 선배들이 기침을 하며 연주하곤 했거든요. 이 앨범이 나오면 거짓말처럼 행복한 세상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임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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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주자 조지 윈스턴의 ‘December’(1982년)가 인기를 얻는 데 고무돼 제작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냉랭했다. “음반점에서 국악 코너에 꽂혔다 클래식 코너에 꽂혔다 하다가 반품이 많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임인건)
하지만 ‘비단구두 부활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숨은 보석에 반한 음악 팬들이 재발매를 위해 마스터테이프를 찾아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원본이 세 번째 팔려간 음반사까지는 추적했지만 행적이 묘연했죠.”
이번에는 익명의 독지가가 “찾을 수 없을 바엔 전곡을 다시 녹음하자”며 제작비를 댔다. “서울 강남구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어요. 잃어버린 비단구두를 다시 세상에 낼 수 있다는 흥분과 기쁨 속에서요.” 9곡 중엔 김민기의 ‘작은 연못’, 조동진의 ‘언제나 그 자리에’ 리메이크도 있다.
“늘 흠모한 (조)동진이 형의 아내분이 돌아가신 뒤 쓸쓸하실 동진이 형을 위로하고 싶단 생각으로 다시 연주했어요. 제목도 ‘언제나 그 자리에’잖아요. 근데 그러고 동진이 형도 가실 줄이야….(작년 8월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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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