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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광표]‘강릉 커피올림픽’

입력 | 2018-02-13 03:00:00


1980년대 강원 강릉시 강릉항 북쪽 안목해변 길가엔 커피 자동판매기 대여섯 대가 놓여 있었다. 젊은 연인들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들고 데이트를 즐겼다.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1990년대엔 자판기가 수십 대로 늘어났다. 자판기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아 줄을 서는 사람도 생겨났다. 안목해변은 그때부터 자판기 커피거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재일교포 출신의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씨는 1988년 서울 대학로에 커피하우스 보헤미안을 열었다. 인스턴트 다방 커피만 마시던 시절, 박 씨의 등장은 로스터리 커피문화를 확산시키는 시발점이었다. 이후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는 ‘커피 명장’으로 통했다. 박 씨는 2000년대 들어 강릉으로 커피하우스를 옮겼다. 많은 바리스타들이 그를 따라 강릉에 둥지를 틀었고 안목해변엔 자판기 대신 제대로 된 커피숍이 들어섰다. 지금은 해변 500m 거리에 30여 곳의 카페가 성업 중이다.

▷커피에 관한 한 강릉엔 없는 것이 없다. 박이추 씨의 보헤미안 커피공장, 스타벅스에 맞서겠다는 야심을 지닌 테라로사 커피공장 겸 본점 커피숍은 강릉 커피의 자존심으로 꼽힌다. 테라로사 본점에선 하루에 1.5t의 원두를 볶는다. 강릉 곳곳엔 로스터리 카페가 있고 도심 외곽에는 커피박물관과 커피농장도 있다. 농장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용 커피나무를 재배한다. 두부로 유명한 초당마을에선 1960년대 정미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지역특산품으로 원두 모양의 커피빵을 생산한다.

▷지난주 강릉아트센터를 찾았던 북한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강릉 커피가 유명하다고 들었다. 강릉에 와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면서 커피를 주문했다고 한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빙상경기와 함께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선 올림픽 폐막일까지 세계겨울커피축제도 열린다. 세계 20여 개국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올림픽을 맞아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강릉 커피. 그래서 커피 마니아들은 이번 올림픽을 ‘강릉 커피올림픽’이라고 부른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