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예선 이유빈 네바퀴째서 넘어졌지만 뒤에 있던 최민정 ‘전광석화 터치’ 결국 모두 제치고 올림픽新1위… 평소 극한상황 대비한 훈련 결실
최민정(오른쪽)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예선에서 넘어진 이유빈을 쫓아가 터치하고 있다(왼쪽 사진). 여자 계주팀은 경기 초반 넘어지면서 선두권과 경기장 반 바퀴 가까이 벌어졌지만 대역전극을 펼치며 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경기 후반 1위로 올라선 심석희(앞쪽)가 역주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0·성남시청)이 나섰다. 전광석화같이 이유빈을 따라간 최민정은 이유빈의 손을 터치한 뒤 한 바퀴를 돌았다. 이유빈의 앞 주자로 한 바퀴 반을 돈 최민정은 이유빈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역할을 마치고 트랙을 돌다 이유빈이 넘어진 것을 보고 다시 달린 것이다. 반 바퀴를 달리고 당초 이유빈의 다음 주자인 김예진 다가오자 ‘좀 더 돌겠다’는 수신호를 주고 반 바퀴를 더 돈 뒤에야 김예진의 엉덩이를 밀었다. 쇼트트랙에서는 순서는 정해놨지만 특정 선수가 더 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계 최강’ 여자대표팀에 경기 초반 실수는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최민정의 재치 있는 투혼에 남은 선수들도 힘을 발휘했다. 남은 23바퀴에서 극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실수를 했던 이유빈도 이를 악 물고 격차를 조금씩 지워갔다. 반 바퀴 차이는 반의 반 바퀴로, 급기야 10m 이내로 줄어갔다. 한때 방송 중계카메라에서 사라진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모습도 한 화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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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위기 대응은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다. 쇼트트랙은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한데 섞여 자리를 다투기 때문에 자주 넘어지고 반칙으로 인한 실격 등 돌발 상황이 많다. 대표팀은 이에 대비해 훈련 중 호흡훈련 외에도 몸싸움 대비 등 여러 시뮬레이션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꼼꼼한 준비와 수없이 반복된 훈련이 이날의 기적 같은 올림픽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날 방송 해설을 한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42)은 “선수들이 돌발 상황에 대한 훈련을 잘 해온 것 같다”며 “이런 실력이라면 초반이 아닌 중반에 실수를 했어도 만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의 역주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카산드라 브라데트(29)는 “(한국이 넘어진 뒤) 우리도 다리가 힘들 정도로 속력을 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하게 그들이 아주 빨리 따라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자대표팀의 금빛을 향한 계주 질주는 20일 펼쳐진다.
강릉=김배중 wanted@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