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펜스 면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뒤 10일 출국할 예정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국면이 펼쳐지고 있지만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압박을 통한 북핵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압박을 거둘 생각이 없는 백악관과,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 열병식에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며 핵을 놓지 않으려는 북한 사이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셈이다.
○ 펜스 “미국의 결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이날 입국한 펜스 부통령은 기존의 강경한 대북 방침을 재확인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날까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이런 결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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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온 것은 한미 양국 간 강력하면서도 절대 깨뜨릴 수 없는 결속력을 다시 한번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해 ‘대화 국면에 함몰되지 말고 우리와 함께하자’는 사인을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펜스 대통령이 “지난 70년 가까이 양국은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 번영, 안보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미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해 “좀 더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文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이에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으로 시작된 대화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로서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북한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 남북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나 태도가 상당히 진지한 변화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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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본인들이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했다”며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의지를 다 담은 것이다.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이 추가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회동이 “평행선을 달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이 만찬에서 한국말로 “건배”라고 해 만찬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펜스 부통령은 와인으로 건배만 하고 마시지는 않았다.
○ 북-미 접촉 이뤄질까
청와대는 김여정을 위시한 북한 대표단이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펜스 부통령과의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 방문한 일본에서 “북한과의 회담을 요청한 적은 없지만, 접촉하게 된다면 ‘북한은 반드시 핵을 포기해야 하며 그때까지 경제적 외교적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며 접촉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