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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주성원]평창의 핫팩

입력 | 2018-02-08 03:00:00


지금은 주로 캠핑 애호가들이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집마다 한두 개씩은 있었던 탕파(湯婆). 양철통이나 고무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넣고 끌어안으면 한겨울에도 몇 시간 정도는 ‘할머니(婆)’ 품처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얼마 전 잉글랜드 프로축구 TV중계 화면에 벤치에 앉은 한 선수가 탕파를 얼굴에 대고 몸을 녹이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야외에서는 탕파 대신 주머니 난로를 썼다. 연료를 태워 열을 내는 라이터 모양 난로는 곧 핫팩으로 대체됐다. 과거에는 금속 단추를 꺾어 열을 내는 액체 형태가 많았지만 지금은 가루형 핫팩이 대세다. 값싸고 간편한 데다 발열 지속 효과도 좋아 한겨울 산과 낚시터는 물론 병영에서도 필수품이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발이나 등에 붙이기도 하고 조끼에 넣어 입기도 한다. 핫팩은 철가루가 산화할 때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한번 산화된 재료는 다시 쓸 수 없어 일회용이라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미국 선수단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입을 첨단 발열 파카에도 관심이 간다. 배터리를 이용한 발열 의류가 처음 선보여진 것은 아니지만, 옷감 안에 가느다란 전선을 넣은 기존 제품과 달리 안감에 전도성 잉크를 프린트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어서 가볍고 활동성이 좋다. 다만 세탁 후에는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데, 최근 우리 연구진이 세탁을 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섬유 형태 발열체를 개발해 상용화 전 단계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런 문제도 곧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의류가 개발된다고 해도 아직은 값이 만만치 않다. 결국 ‘가성비’에서 핫팩만 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한파가 누그러진다고는 해도 최저기온 영하 5도로 예상되는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각국 정상들도 외투와 무릎담요, 그리고 핫팩으로 추위를 견뎌야 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얼마나 많은 핫팩이 사용될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그만큼 많은 관중이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다.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의 긴장을 녹이는 핫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