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결정제도 시행 이후 존엄사-의료 현장 이야기 등, 죽음 다룬 책 잇따라 출간
왼쪽 책부터 허대석의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 남궁인의 ‘만약은 없다’. 각 출판사 제공
유명 드라마 ‘오싱’의 각본가인 하시다 스가코가 쓴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21세기북스)도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다음 주에 출간된다. 올해 92세를 맞은 저자가 인간답게 죽을 권리와 안락사 법제화에 대한 소견을 담담히 밝힌 책이다. 이현정 21세기북스 편집자는 “조용히 고통스럽지 않게 세상과 작별하기 위해 소극적 존엄사를 넘어 안락사까지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일본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며 “존엄사법 시행으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을 것 같아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분투하는 의사들이 쓴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만약은 없다’(문학동네) ‘지독한 하루’(〃)와 김정욱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대 위에서 겪은 일을 쓴 ‘병원의 사생활’(글항아리)이 대표적이다. 이 책들은 생사의 현장에서 인문학적 시선으로 삶을 폭넓게 성찰한 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손민규 예스24 인문사회MD는 “의료 현장의 이야기는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체험하고 의미를 짚어볼 기회를 주기 때문에 죽음을 마주할 기회가 별로 없는 젊은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