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국제부장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대북 선제타격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해 말 동아일보 여론조사 질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제타격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60.7%)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34.5%)보다 26.2%포인트나 높았다. 화약고 같은 한반도에선 불씨 하나도 큰 걱정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대(19∼29세)만 확연히 달랐다. ‘절대 안 된다’(47.1%)와 ‘검토할 수 있다’(47.2%)가 거의 같았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88.5%)했다. 대북 강경 노선의 보수야당 자유한국당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지지율 1%). 그런데도 트럼프의 대북 선제타격, 즉 코피 작전에 대해선 한국당 지지자(절대 불가 46.3%, 검토 가능 48.5%)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한국의 20대, 그대들은 어느 별에서 왔니’ 하는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한국당과 비슷한 대답을 했다고 ‘20대는 보수화됐다’고 쉽게 규정할 수 있을까. 절대다수가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의 애칭) 하고 싶은 것 다 해’ 하는 무조건적 신도(信徒)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을까. 21세기에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를 그런 낡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착각이고 오류일 수 있다.
평창 올림픽이 평화의 축제가 되고, 정부의 의도대로 남북 및 북-미 대화로 연결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피고 챙겨야 할 건 남다른 20대의 섬세하고 민감한 마음인지 모른다. 어느 세대보다 자유롭고, 그래서 더 객관적인 그들이 ‘통일은 대박이다’ ‘우리 민족끼리’ 같은, 추상적이거나 낭만적인 당위만으로 설득될 리 없다. 그들의 생각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들이 맞고 우리(기성세대)가 틀릴 수도 있다.
한반도의 미래인 한국의 20대가 지지하고 찬성하고 열광하지 않으면 남북 대화의 성공도, 민족 통일도 그저 아득할 것이다.
부형권 국제부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