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스하키 브랜트, 한국서 태어나 美 입양 하지만 공교롭게도 美 위협하는 북한과 단일팀 된 얄궂은 운명 모든 아쉬움 뒤로하고 평창의 별이 되기를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는 마리사 브랜트 선수가 있다. 언론에 소개된 바와 같이 그는 한국에서 태어난 미국 입양아 출신 선수다. 한국 이름은 박윤정.
그는 생후 3개월 때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의 양부모는 입양을 결정한 직후 자신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지만 입양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아이스하키의 성지인 미네소타주에서 벽안의 부모 밑에서 성장하게 된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아이스하키 스틱을 잡았다. ‘한 살 터울의 동생과 떨어지기 싫어서’ 피겨에서 아이스하키로 바꿨다고 한다. 동생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미국 여자 대표팀 공격수 해나 브랜트다.
그런데 상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닌 남북 단일팀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을 길러준 부모님의 나라를 향해 연일 핵위협을 해대는 북한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을 ‘가장 중요한 안보위협’으로 꼽는 여론이 70%에 육박하고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여론도 60%에 근접한다. 올림픽 관련 북한의 제스처를 보는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도 냉소적이다. 지난달 23일 중립적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북한의 겨울올림픽 참가가 그들의 위험천만한 핵무기 개발 중단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평가절하했다.
이런 미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북한 선수들과 한 팀에서 뛰게 된 그를 바라보는 양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겨울올림픽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미국 사회는 그의 선택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이 모든 것이 20대 중반의 그가 감당하기에는 큰 짐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CNN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모두가 하나 되는 장이고 그것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태도는 너무나 의연했다. ‘민족’ ‘통일’ ‘평화’ ‘북핵’ 등 정치적 구호는 어디에도 없었다. 스포츠마저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 여야 정치권,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연일 체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김정은 정권,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극진한 대접을 받다 북으로 돌아간 현송월, 호들갑을 떨며 현송월을 쫓아다닌 국내 언론, ‘로켓맨’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김정은 정권을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모두를 머쓱하게 할 만큼 의젓한 모습이었다.
현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는 6명의 귀화 및 이중국적 선수가 뛰고 있다. 제각기 배경은 다르지만 그들에게는 모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올림픽에서 귀화 선수들의 출전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배경과 냉엄한 안보 현실은 이들에게 ‘민족’과 ‘국제규범’이라는 매우 어려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 상황이 올림픽 폐막 이후 우리 모두에게 던져질 선택지와 오버랩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2월 10일 스위스와의 첫 경기를 위해 강릉 관동하키센터에 들어설 여섯 전사가 자랑스럽다. 경기 결과나 북핵 문제의 결론과 상관없이. 그리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워 미안하다. 이들의 ‘우생순’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응원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