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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길진균]커리어를 위한 난자 냉동보관

입력 | 2018-01-30 03:00:00


2014년 4월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지는 “난자를 냉동보관하세요, 당신의 커리어를 구하세요(Freeze your eggs, Free your career)”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유명 기업의 기술 마케팅을 맡고 있던 브리짓 애덤스 씨 인터뷰가 실렸다. 그녀의 얘기는 직장 경력을 위해 임신을 미룬 여성들에게 난자의 냉동보관이 새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미국에선 난자 냉동보관 열풍이 불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적 성공과 육아가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해 연말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대 2만 달러(약 2131만 원)까지 난자 냉동보관 비용을 여성 사원들에게 지원키로 했다. 블룸버그는 “생물학적 시계에 좌우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꿈도 아기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지 최근호에 따르면 30대 후반에 난자를 보관한 애덤스 씨는 45세가 되던 지난해, 임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2개의 난자는 융해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3개는 수정에 실패했다. 5개는 비정상으로 추정됐다. 마지막 한 개가 그녀의 자궁에 이식됐지만 출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녀는 “충분한 난자를 보관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는 병원들이 많다. 나쁜 결과에 대한 충고의 부족은 비양심적”이라고 분노했다. 애덤스 씨는 결국 기증받은 난자와 정자로 지난해 임신에 성공했다. 5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커리어 여성들의 난자 냉동보관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부 여성 연예인들이 TV에서 “난자를 냉동보관하고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2016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원 26곳에서 약 4500개의 냉동난자가 보관 중이다. 하지만 만 35세 이후 보관된 난자는 수정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임신과 출산은 개인과 사회의 축복이다. 커리어를 위해 생체 시계까지 인위적으로 거슬러야 하는 고통을 언제까지 여성들이 떠안아야 할까.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