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수뇌부 갈등 표면화 조짐
대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앞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의 절차와 방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원세훈 선고’ 관련 문건이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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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원 전 원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대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1·구속)이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법원행정처가 대통령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그리고 실제 우 전 수석의 희망처럼 원 전 원장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당시 대법원은 사건을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에 배당했다가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였다.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판결을 전원 일치로 파기하고 핵심 증거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3개월 뒤 원 전 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원 전 원장은 2017년 8월 파기 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 ‘대법관들까지 조사 대상’ 논란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간에 갈등 기류가 형성된 주요 배경은 ‘원 전 원장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경위’가 3차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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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원합의체에 참여했던 대법관들은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당시 이상훈(62·퇴임), 이인복 대법관(62·퇴임) 등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했다. 청와대와 상고법원을 놓고 거래를 했다면 대법관 전원일치로 원 전 원장 사건을 파기하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 ‘대법원장 vs 대법관들’ 편 나뉘나
김 대법원장은 25일 취재진에게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해 “대법관들도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한 나의 고뇌와 노력을 충분히 이해했고 빠른 시간 내에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대법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에게 수차례 사법부가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 파일 개봉을 당사자 동의 없이 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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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3차 조사 대상에) 대법관들까지 들어간다면 결국 대법원장 대 대법관들로 편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