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병원 화재 참사] 지상5층 일반병원인 세종병원,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해당 안돼 사망자 81%가 60대이상 노인, 일부 환자 침대 묶여 구조 늦어져 의사-간호사-조무사 3명도 숨져 한 병실에 환자 16명까지 수용… 빽빽한 침상 탓 대피 지체된듯 ‘안전 대한민국’ 보고 사흘만에 참사
긴박했던 순간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앞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기 위해 다급히 움직이고 있다. 시야를 가린 연기와 거센 불길로 소방대원들은 초기 진화에 애를 먹었다. 불은 신고 접수 약 3시간 만인 오전 10시 26분경 완전히 진압됐다. 경남신문 제공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당시 병원에 있던 90여 명 중 37명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사망률이 높았다.
정부의 ‘안전, 대한민국’ 업무보고 후 사흘 만에 일어난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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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환자 대부분은 거동이 어려워 침상에 의지해온 장기요양 환자였다. 중환자 중 몇몇은 병원을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산소호흡기를 떼는 바람에 숨진 경우도 있었다.
화재 당시 일부 사망 환자는 침대에 결박된 상태였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남도소방본부 간부는 “병원에 진입했을 당시 환자 10여 명이 결박돼 있었다. 끈을 풀고 구조한 후 이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위법성 유무를 조사할 예정이다.
고령자와 중환자를 돌보기 위해선 많은 의료진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화재 당시 병원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에는 83명이 입원해 있었지만 이들을 책임지는 야간 당직 의료진은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9명이 전부였다. 의료진 1명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10명 이상씩 대피시켰어야 했던 것이다. 생존 환자 등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비상벨이 10분 동안 울리는데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피하라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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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생존 환자들은 침상 간 거리가 60∼70cm로 좁아 평소에도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생존 환자 이모 씨(74·여)는 “병실에 침상이 워낙 빽빽이 놓여 있어 화장실을 가려면 게처럼 옆으로 걸어야 했다. 통로가 너무 좁아서 스탠드(링거 걸이)를 끌고 나가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종병원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건물 옆 터에 병원을 새로 짓는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영상출처 : 동아일보 독자 제공
○ 스프링클러 없고, 가연성 소재 많아
불이 나 정전이 되면 작동하게 돼 있는 비상발전기도 기능을 못 해 피해가 커졌다. 정전으로 어두컴컴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은 대피로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연기를 들이마신 경우가 많았다. 구조에 나선 병원 관계자들도 어두워 병실 출입문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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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시설은 바닥면적 합계 600m² 이상 정신의료기관, 요양병원 등이다.
밀양=조동주 djc@donga.com / 이지훈·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