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논설위원
보유세, 집값잡는 수단 전락
1977년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도입하자 자영업자, 상인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당시 전국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부산과 마산이었다. 학생들만 하던 반정부 시위에 시민들이 가담하기 시작했고 민심 이반의 현장을 목격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총을 빼들었다는 설명이었다.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금 올리는 데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규제를 혁명적으로 혁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허가를 해주고 사후에 관리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모두 옳은 지적이고 제대로 된 방향이다. 하지만 개별 인허가 규제의 폐해는 정부가 직접 물건값을 매기는 가격 규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보이지 않는 손’ 대신 정부의 ‘보이는 손’이 너무 자주 등장하고 손놀림이 거칠다.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카드사업자 팔을 비틀어 강제로 수수료를 낮추게 하는 것도 가격통제다. 비정규직을 강제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임금에 대한 규제다.
내일부터 실시되는 상가 임대료 인상률 인하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인상률 상한을 현행 9%에서 5%로 뚝 떨어뜨리면 당장은 세 들어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좋아할 수 있다. 길게 보면 스토리가 달라진다. 돈 안 되는 상가임대업을 하겠다는 사업자가 줄어들 게 뻔하다. 임대로 나온 가게가 드물게 되면 결국 일부 상인들은 가게를 못 구하거나 상한선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들어가야 한다. 공상소설이 아니다. 경제학 교과서는 “폭격 외에 도시를 가장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이 임대료 규제”라고 가르치고 있다.
집값 빵값 임금까지 국가가 다 정했다가 망해버린 나라가 사회주의 소련,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이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들어 시장원리로 기울면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초강대국으로 성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런 흐름에 역주행하다 나라 경제가 거덜 난 경우다.
가진 자들이 좀 더 희생해서 약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역사적 경험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정치적 구호가 사람중심 경제이고, 동원된 수단들은 대부분 가격통제 정책이다. 자칫하면 사람중심 경제가 사람 잡는 경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