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광고 로드중
“한국빙상경기연맹(이하 연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요?”
한 빙상계 인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잇달아 불어 닥친 악재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여자쇼트트랙대표팀 주장 심석희(21·한국체대)가 코치에게 폭행당해 선수단을 떠났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는데, 이번에는 연맹의 실수로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주자 노선영(29·콜핑팀)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국내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꿨던 노선영의 좌절은 단순한 행정 착오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도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노선영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2018시즌 월드컵 1~4차대회 1500m에서 34위를 기록했다. 32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예비순위 2위였던 노선영은 결국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개인전 쿼터를 따내지 못해 팀추월 참가자격도 상실한 것이다. 연맹이 애초부터 규정을 명확하게 인지했다면, 노선영이 1500m에 집중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1500m 대신 출전이 확실하다고 믿었던 팀추월 훈련에만 온 신경을 쏟았고, 결국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광고 로드중
팀추월에 참가한다고 해도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의 한국 팀추월대표팀은 끈끈한 조직력과 지구력을 앞세워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에 맞서왔다. 조직력이 생명인 팀추월에서 노선영의 갑작스런 이탈은 엄청난 악재다. 연맹의 행정착오가 노선영 본인은 물론 한국의 메달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올림픽 때만 되면 잡음이 끊이질 않는 빙상계가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