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상구 없음, 불나면 지옥’ 서울의 ‘쪽방 골목’
#2.
22일 서울 종로구 A여관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비상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저곳을 헤맨 끝에야 겨우 찾은 비상구.
앞에는 폐정수기와 여행용 가방, 의자, 상자 등이 어른 키만큼 쌓여 있습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살펴 본 서울 종로와 영등포, 용산 일대의 이른바 ‘쪽방 여관’ 15곳의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낙후된 도심에 자리 잡은 이들 여관은 대부분 1960,70년에 지어졌는데요.
사고가 난 서울장여관처럼 화재 대비에 심각할 정도로 취약한 상태였죠.
#4.
객실 12개가 있는 대학로의 한 여관은
객실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정문밖에 없었습니다.
비상구가 아예 없는 것이죠.
“3층 옥상으로 대피하면 된다” (여관 주인)
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성인 남성 1명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았습니다.
#5.
소화시설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관 15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2곳.
서울 중구의 한 여인숙은 소화전이 없어 소화기 10여 개를 구입해 비치해 뒀습니다.
하지만 객실 수(18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죠.
서울 용산의 한 여관 정문 앞은 전깃줄이 제멋대로 엉켜 있고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습니다.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 앞에 빛이 바랜 소화기가 있었는데요. 제작연도 1994년.
소화기는 제조 뒤 10년이 지나면 성능점검을 받거나 교체해야 하지만 그런 기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7.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여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폭이 2~3m에 불과했고 골목 중간 중간 전봇대가 설치돼 있어 소방 차량이 지나가기는 더 어려워보였습니다.
#8.
쪽방촌 건물 대부분은 수십 년 전 지어진 것이 많아 건축법이나 소방시설법(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특히 쪽방 여관은 숙박시설이라 소방시설법 적용 대상이지만 2003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비상구를 갖춰야할 의무가 없죠.
불이 났을 경우 사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이라 맹목적으로 규제만 강화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시설을 잘 관리하면서 관리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중장기적으로 소방 관련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투 트랙’ 방안이 필요하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10.
곳곳에 자리한 ‘서울장여관’ 판박이 ‘쪽방 여관’들,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진 출처 l 동아일보DB·채널A 뉴스·뉴시스·뉴스1·Pixabay
기획·제작 김아연 기자·김채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