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타보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 쌍용자동차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로 올해 국산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17일 강원 춘천 소남이섬 일대에서 운전해 본 렉스턴 스포츠는 강한 오프로드 주행능력과 실용성을 갖춘 모델이었다. 쌍용자동차 제공
실용성과 주행 성능을 겸비한 픽업트럭은 북미에서 인기 차종이지만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속해 왔다. 한국은 북미와 달리 국토 면적이 좁고 대중교통과 배송 서비스가 촘촘히 갖춰진 터라 픽업트럭의 장점을 발휘할 여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강한 한국은 내 집의 배관이나 지붕 등 웬만한 집수리는 직접 자재를 구입해 싣고 와서 스스로 해결하는 미국의 생활 방식이 자리 잡을 여지가 덜하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쌍용자동차만 픽업트럭의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SUV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픽업트럭 시장도 함께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여행이나 등산 등 체험 위주의 라이프스타일,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이 늘면서 좀 더 실용적이고 차별화된 차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 같은 트렌드를 겨냥해 이달 9일 신형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한 대형 SUV G4 렉스턴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고 실용성을 더했다.
시속 120km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시속 140km까지는 다소 힘에 부치는 듯하다 그 이상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승차감은 서스펜션이 꽤 단단하게 세팅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의 굴곡이나 요철이 전달되는 편이었다.
코스를 바꿔 소남이섬 15개 주행코스에서 진행된 오프로드 주행. 여기서 렉스턴 스포츠의 장기가 마음껏 발휘됐다.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림을 방지하는 경사로밀림방지장치(HSA·Hill Start Assist),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여주는 가변형 경사로저속주행장치(HDC·Hill Descent Control) 기능 덕분에 급경사 구간에서도 마음 놓고 주행할 수 있었다. 웅덩이에서는 4륜 구동이 빛을 발했고 연속 S자 코스가 이어지는 고속주행 구간에도 좌우로 쏠리는 ‘롤링 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높이(전고) 1840mm의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었다. 온로드에서 다소 아쉬웠던 주행 성능을 오프로드 구간에서 만족시켰다. 이석우 쌍용차 마케팅팀장은 “최근 5년간 국내 SUV 시장이 86% 성장했고 신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도 크다”며 렉스턴 스포츠의 흥행 가능성을 자신했다.
소비자의 생활방식 변화도 픽업트럭 시장의 긍정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최근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30∼49세 남성들이 여가와 재미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 3040세대도 로봇과 피규어에 열광하는 일명 ‘키덜트(Kids+Adult)’족이 늘고 야외 스포츠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용성과 특별함을 겸비한 픽업트럭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모델이다.
쌍용차는 내달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렉스턴 스포츠를 수출할 예정이다. 현재 픽업트럭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는 포드, 램, GM 등이 판매량 선두를 다투고 있다. 포드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픽업트럭 F 시리즈가 차지할 정도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실용성과 주행 성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렉스턴 스포츠가 국내외에서 ‘한국산 픽업트럭’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춘천=이은택 기자 nabi@donga.com